즈모니 [명사]
1. 주머니
2. 욕망을 숨겨두는 마음속의 장소

‘주머니’의 원순화 발음을 순화시켜 [zmony]로 읽으며 실재하는 자루, 혹은 호주머니가 아닌 상상 속의 ‘나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머니는 유아적이고 의존적인 성격의 발현과 매치되는데, 아동이 그린 그림심리검사 사례 분석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복 묘사에서 드러나는 주머니를 열등감, 결핍으로 해석한다. 특히 가슴 부분에 붙어 있는 주머니는 애정의 결핍을 상징하며, 물질적인 결핍 역시 주머니의 강조를 통해 짚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즈모니에 무엇인가를 가두고 싶어 하는 욕망은 오히려 그 대상의 결핍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즈모니의 욕망이 언제나 부정적이고 은밀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트로이 대 원정’을 마치고 귀환하는 오디세우스를 위해 순풍과 역풍이 담긴 주머니를 내어 준 바 있다. 다른 신들과 떨어져 있기를 좋아해 공중에 떠있는 섬, 아이올리아에 기거하면서도 난세의 영웅을 좋아하는 그의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즈모니에 무엇인가를 넣어두고 싶어 하는 마음은 대상에 대한 애정의 가장 친밀한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오디세우스의 부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루를 여는 바람에 타고 있던 배가 다시 아이올리아로 돌아가는 수모를 겪었던 것처럼 즈모니 속의 욕망은 적절한 시기가 아닐 때 함부로 공개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가 있으니 유념해야겠다.

용례[用例]
* 고양이가 너무 겸손해서 즈모니에 넣었더니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네.
* 누나들 즈모니를 털어가려는 너란 남자, 애국하는 남자.
* 악! 내 즈모니에 뭔가가 들어 있어!
* 달아달아 산달아, 위험한 가위는 즈모니에 넣어 두렴.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