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 <찬란한 유산>의 마지막 회. 진성식품 장숙자 회장(반효정)은 기존의 유언장을 찢고 “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이라며 자신의 모든 주식을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누어 줍니다. “회장님! 이 주식 정말 제 거 맞아요?”라고 감격스러워하는 한 직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어떤 직원은 “내 주식의 배당을 높이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며 걸레를 집어 들고 설렁탕집을 열심히 닦아댑니다. 그렇게 평생 지켜온 한 경영자의 경영철학이 실현되는 꿈같은 순간, 하지만 TV 앞에 앉은 어떤 사람들은 장 회장의 결단을 마냥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바로 전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카메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는 한 ‘현실’의 회장님의 굳건한 방침을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까요. 1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의 집으로 정리해고 통지서가 날아들면서 시작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이 시작된 지 66일째. 일주일 전 경찰이 투입되면서 평택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평생을 일해온 직장으로부터 받은 ‘찬란한 유산’은 오직 눈물 나는 최루액과 얼굴로 사정없이 날아오는 ‘테이저건’이었습니다. 스티로폼도 녹이는 강한 최루액이 낙하하는 옥상 위에서 피할 곳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노동자들은 경찰들을 향해 볼트와 너트로 만든 새총을 쏘아대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자’들은 노란 완장을 차고 “피아(彼我)의 구분이죠”라고 딱 잘라 말하며 묵묵히 공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올해 상반기를 따뜻하게 채운 한 드라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화로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비상식과 폭력이 난무하는 진짜 세상은 여전히 생방송 중입니다. ‘미디어법’처럼 그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못할 디스토피아 블록버스터의 남은 회를 지켜보며 살아가야 하는 이 리얼리티 TV는 종방이 없습니다. 지금 어떤 결정을 하는가에 따른 시대의 유산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받게 될 것입니다. 찬란할 것인가, 참혹할 것인가. 그것이 지금 이 끔찍한 TV를 끄고, 눈감을 수는 없는, 눈감아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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