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챔프 토 밤 10시
얼마 전 ‘무릎 팍 도사’에 출연했던 안철수는 영혼을 남기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오너가 누구인가에 따라 경영 방침이 확 바뀌는 기업 문화에서 모두 안철수 연구소와 같은 길을 걷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명가인 건 그래서다.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지만 또 많은 경우 그의 작품을 포함한 지브리의 작품들은 지브리라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지브리의 다른 작품들이 하야오 월드의 특징을 갖고 있는 건 물론이다. 만화 전문 채널 챔프에선 그런 지브리의 명작들을 이번 주부터 매주 토요일 10시에 6주에 걸쳐 방영할 예정이다. 그 첫 작품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 하야오 평생의 주제인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성찰은 멀쩡한 강에 삽을 대는 게 환경사업으로 이야기되는 현재의 한국에 여전히 유효하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MBC 일 오후 5시 20분
‘몰래 카메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의 산파 역할을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로 매주 논란의 중심이 된 적도 있다. <일밤> 이야기다. <일밤>은 MBC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 역사에서 특별한 일관성을 찾긴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산파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요즘도 그렇다. 문제는 계속해서 미숙아만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 첫 방영하는 파일럿 코너 ‘노다지’가 걱정 반 기대 반인 건 그래서다. 매주 한 지역을 선정해 해당 지역의 문화재와 명물을 보며 보물지도를 만든다는, 과거 ‘산 넘고 물 건너’를 떠오르게 하는 공익형 버라이어티라는 것도 약간 불안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최민용과 김제동, 신정환 등의 조합이 과연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오빠 밴드’에 이어 또 하나의 레귤러 코너가 탄생할 수 있을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KBS 일 오후 4시
본인에겐 부담스러운 일이겠지만 이제 박태환의 세계 대회 출전은 메달 획득과 거의 동의어가 되었다. 즉 기대주에서 세계적 선수가 된 것이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그가 펼칠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아무리 본인에겐 부담스럽다고 해도 그 기대감과 흥분이 없다면 관객 입장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는 없으니. 하지만 이미 수차례 말했듯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세대의 스포츠 스타는 조국의 부름과 명예를 위해 수영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수영을 한다. 그러니 대회 중계는 고맙지만 <우리는 꿈꾼다. 세계 챔피언을…> 같은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건 조금 자제해주면 좋겠다. 응원과 설레발은 정말 한 끗 차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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