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시> 온스타일 저녁 7시
<도전 슈퍼모델>이든 <아메리칸 아이돌>이든 <프로젝트 런웨이>든, 모든 종류의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재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갈등이나 반전이 아닌 출전자의 실력이다. 제 아무리 치열하다고 해도 ‘우리 동네에서 먹어주는’ 정도의 외모와 실력이 전부인 사람들의 경쟁에서 긴장감을 느끼기란 어렵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뷰렛과 인피니티 오브 사운드, 피제이 등을 비롯해 아시아 곳곳에서 모여든 현역 뮤지션 37개 팀이 경쟁을 벌이는 <수타시>는 상당히 기대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특히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위 안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각 나라별 출전자들의 경쟁은 마치 국가대항 축구경기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응원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불만제로> MBC 저녁 6시 50분
오랜 세월 동안 두려움은 타인을 제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봉건국가는 공개적 형벌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은 방패와 봉을 통해, 기업은 경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괴담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오늘 <불만제로>에 소개되는 영유아 예방접종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거 안 맞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라는 의사의 말에 배짱 좋게 팔짱끼고 코웃음 칠 부모가 과연 있을까. 이제 25개월 된 아이가 벌써 27가지 예방접종을 맞는 사례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당연히 아이 부모로서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접종비용의 30%를 부담해주는 필수예방접종 국가부담사업은 생각만큼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건 무서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분노해야 할 일이다.

<시티홀> SBS 밤 9시 55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걷는 정치인에겐 항상 외로움이 친구처럼 따라 다닌다. 인주시와 대한그룹의 MOU 체결을 재검토하겠노라 발표한 신미래(김선아)의 삶이 그렇다. 발전소 건설의 유해성 여부, 그리고 차기 대권주자를 위한 정치자금 조성 의혹 때문에 선택한 길이지만 대한그룹 회장의 딸 고고해(윤세아)뿐 아니라 수많은 인주시민 역시 미래를 비난한다. 누구보다 곁에 사람이 필요한 시간이지만 조국(차승원)과 미래는 서로의 휴대전화에 남은 메시지를 보며 깊이 시름할 뿐이니 미래의 외로움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모 의원의 말처럼 자살을 택한 전직 대통령과 신미래의 정치 성향은 다를 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외롭고 아픈 길을 걷는다는 면에서 그 둘은 닮았다. 물론 자신의 말에 반대하면 무조건 이해부족으로 돌리고 극장에서 ‘늬우스’ 따위나 틀어대는 누군가와는 비교불가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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