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즈키(カフェ好き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말이죠. 온갖 생필품들로 어수선한 생활공간에 비해 산뜻하게 잘 꾸며진 곳에서 안락한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면 훨씬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커피는 뭐랄까, 뭔가에 몰두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인 것 같아요. 그럼, 차는 어떤 때에 어울리는 음료일까요?

중국의 문필가 린위탕의 <생활의 발견>을 보면 차를 마시기 좋은 때에 대해 열거한 대목이 나옵니다. 그 중 공감 가는 몇 가지를 골라보자면 이렇습니다. 마음도 손도 한가한 때에. 깨끗한 책상을 대할 때에. 휴일에 집에 있을 때에. 소나기가 잠깐 내린 오후에. 어떠세요? 잘 닦은 찻잎을 맑은 물에 우려낸 은은한 차 한 잔과 참 잘 어울리는 순간인것 같지 않나요. 그러고보면,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커피와 달리, 차는 휴지(休止)의 기쁨을 주는 음료인 것 같습니다. 거리에 차고 넘치는 세련된 카페들에 비해 고아한 멋이 있는 찻집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찾아낼 수 있기 마련이죠. 자, 그만 뜸들이고 소개할까요? 네, 저는 차 마시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을 한 곳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성북동에 있는 <수연산방>입니다.

<수연산방>은 1933년에 지어진 소설가 이태준 고택의 당호입니다. 현재, 그 곳에서 운영되는 찻집에서는 보이차, 철관음 같은 귀한 차나 전통차와 함께 생강으로 만든 맵싸한 편강과 담백한 유과를 맛볼 수 있죠. 아담한 정원과 고택이 주는 은근한 정취가 차 맛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결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에 처마 끝 풍경이 한 곡조 거드는 가운데, 안마당에 어른어른 멍울지는 해그림을 감상하며 마시는 한 잔의 차.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나요? 가끔은 어깨를 뻐근하게 만드는 모든 일들을 내려 놓고, 찻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자그마한 찻잔에 담겨있는 무심의 망망대해가 다음에 올 몰입의 순간에 좀더 힘을 실어줄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리고 꽃보다 ‘덤’. 근처에 있는 길상사도 들러주지 않으면 섭섭하죠. 시와의 ‘길상사에서’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멋진 곳입니다.

글ㆍ사진.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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