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의 마이클 잭슨은 좋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LP로 샀던 이후로 잭슨의 앨범을 사는 것도 그만뒀다. 무너지는 얼굴이 보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그가 의 뮤직비디오에서 반나로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키스를 해서도 아니었다. 그 키스가 MTV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장면 중 하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참아줄 수도 있다. 문제는 잭슨이 어느 순간부터 세상을 구원하는 성자인 체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세상을 치료하자(Heal The World)라고? “너와 나와 전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UN 기념가 같은 가사를 듣자마자 속이 메슥거렸다. 지구의 노래(Earth Song)는 또 어떻고. “바다는 어떡해요? 동물들은 어떡해요? 코끼리들은 어떡합니까? 울부짖는 고래들은 또 어쩌고요?” 이건 팝이 아니라 동요였다. 마이클 잭슨이 면전에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잭슨 형, 제발 바티칸 공식 성자처럼 굴지마시고 개인적인 문제들이나 좀 처리하세요. 그린피스 주제가는 그만 부르시고 이나 같은 앨범 하나만 더 내달라고욧!’

그러나 나는 마이클 잭슨의 부고 기사위에 흐르는 를 듣다가 항복을 선언했다. 소싯적에 그토록 싫어하던 잭슨의 발라드가 갑자기 사무치게 가슴을 아렸다. 어쩌면, 어쩌면, 그는 동심을 가진 성인군자인 척 했던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쩌면 진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남자였을지도 모른다. 젠 체 하려고 의 가사를 썼던 게 아닐 수도 있다. 인류와 코끼리와 고래들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그는 겨우 오십의 나이에 네버랜드로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우리들 중 대부분은 (좀 더 솔직해지자) 지난 몇 년 간 그를 소아성애-성형중독-정신박약 퇴물 음악가 정도로 여기며 비웃었다. 타블로이드의 서슬 퍼런 장난질에 우리 모두 동의하고 동조했다. 마이클 잭슨은 죽었다. 그가 새로운 앨범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은 후 세상을 떠났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나 역시 그의 최근 앨범보다는 옛 앨범이 더 좋다. 2000년대의 발라드보다는 가 좋다. 그러나 더 이상 는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걸 진즉에 깨달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다.

글. 김도훈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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