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매일 저녁 시간에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는 하나의 장르다. 가족의 의미 확인이라는 주제와 적당한 비밀, 장애물 많은 애정전선, 감초처럼 등장하는 코믹한 캐릭터들은 마치 ‘일일 드라마 트루기’의 요소들처럼 언제나 비슷한 유형으로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6월 2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다함께 차차차>는 그러한 일일 드라마 작법에 충실한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아니, 전작인 <집으로 가는 길>이 설정과 갈등을 순화하면서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탓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일일드라마 다운’ 작품의 탄생이 예고된다. 6월 25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 김성근 감독과 유윤경, 김정은 작가는 물론 김영옥, 최주봉을 비롯해 무려 12명의 출연 배우들이 참석한 것만으로도 <다함께 차차차>팀의 남다른 각오를 읽어낼 수 있다.

바람잘 날 없는 ‘쌍과부’들의 일상사

공동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은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하겠다”고 짧지만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촬영 분은 거의 대부분이 역동적인 소동의 장면들이었으며, 이는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로 깊이를 전하는 것 보다 활기찬 분위기로 짧은 시간에 시청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제작진의 작전이 드러난 것이었다. 현장 진행을 맡은 이정민 아나운서는 “일일 드라마는 9시 뉴스의 시청률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보도국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방송사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다함께 차차차>는 동시에 남편을 잃은 두 여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쌍과부’라는 설정을 거듭 강조한다. 두 여배우가 자식들의 결혼을 반대하며 소모적인 싸움을 거듭하는 것 말고도 좋은 연기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지만, 그 설정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철없는 엄마 오동자와 유일한 아들 한진우, 말썽쟁이 딸 한진경_ 박해미&오만석&박한별
박정녀(김영옥)의 큰 며느리인 동자는 자신을 화초처럼 돌봐주던 남편을 잃고 같은 날 역시 과부가 된 아랫동서 윤정(심혜진)에게 의지한다. 순진하지만 철없고 오지랖 넓은 성격 때문에 언제나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데, 그녀의 작은 딸인 진경은 그런 엄마를 꼭 닮아 주변에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진경은 늘 할머니가 자신과 사촌인 수현(이청아)을 비교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같은 방을 쓰는 그녀에게 콤플렉스를 느낀다. 동자의 아들이자 이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진우는 다섯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진지하고 듬직한 인물이다. 모난 곳 없는 그는 유니콘 제과의 마케팅 팀에 입사해 회장님의 딸인 나윤(조안)과 만나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성실한 엄마 하윤정과 착실한 딸 한수현_ 심혜진&이청아
여행지에서 밤바다를 보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남편과 시아주버님을 동시에 잃게 된 윤정은 죄책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여자의 몸으로 집안의 가장을 자처해 카센터를 운영하는 그녀는 윗동서인 동자와 부부처럼 서로 의지하며 시어머니를 모시는 한편, 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남편을 남몰래 기다리고 있다. 가족 외에도 카센터 직원인 문군(김병만)과 카센터 2층에 세 들어 있는 만화가 준우(이종원)까지 챙기느라 윤정은 언제나 바쁘다. 그녀의 딸인 수현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집안일도 곧잘 하며 애니메이션 PD로서 일에서도 인정을 받는 인물이다.

엄격한 아버지 이교장과 승부사 장남 이철, 천방지축 차남 이한_ 최주봉&이종수&이중문
교장으로 퇴임하고도 교육자로서의 자존심과 전통을 잇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친 이교장은 종가집 가옥을 지키며 사는 엄격한 아버지다. 같이 사는 여동생(김보미)이 장을 봐 오면 영수증을 검사할 정도로 가족들을 들볶는 인물이며 그의 장남 철은 그런 아버지를 본받아 매사에 철두철미한 인물로 성장했다. 유니콘 제과의 마케팅 팀장이며,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진우와 일과 사랑에서 갈등을 빚게 될 예정이다. 둘째인 한은 형과 달리 낙천적이며 자유분방한 인물이다. 성우로 일하며 수현과 몰래 연애 중인 그는 자꾸만 악연으로 만나게 되는 진경과 늘 티격태격하는데, 둘이 같은 방을 쓰는 사촌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사업가 주부인 나은혜와 너무나 당당한 딸 강나윤_ 이응경&조안
유니콘 제과의 사장인 은혜의 남편은 유니콘 제과의 회장 신욱(홍요섭)이다. 부부가 함께 사업체를 꾸려나가며 가정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니 최고의 금슬을 자랑한다. 게다가 늦둥이 딸 나정(신지희)이 착한 학생이자 애교 넘치는 딸로 자라주어 이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장녀 나윤(조안)은 그런 가족들과 달리 지나치게 당당해 때로는 뻔뻔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부족한 것 없는 성장 배경과 단순한 성품 때문에 매사에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바람에 종종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유학을 다녀온 후 부모님이 운영하는 유니콘 제과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진욱과 철을 만난다.

관전 포인트
평균 드라마 작업 경력이 10년 남짓한 작가와 연출가들에 비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다수가 연기 베테랑으로서 드라마에 관한한 도사들이다. 직접 만화가 박광수를 본 따 안경과 수염 설정을 준비 했다는 이종원의 노련함이나 “과부는 한국 사회에서 무시당하기 쉬운 소외 계층”이라고 말하는 심혜진, 박해미의 캐릭터 분석력은 <다함께 차차차>가 최소한 보기에 어색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이에 더해 “여주인공이 둘 다 과부라 이리저리 가지를 뻗을 수 있게 인물이 잘 포진되어 있다”고 작품을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김영옥과 “우리 드라마에는 기억 상실 같이 쉽게 가는 방법이 안 나와야 한다. 작가들이 보다 창의력을 발휘 할 필요가 있다”며 극 바깥에서도 엄격함을 보여주는 최주봉에게서 발견되는 연륜은 드라마가 어떤 풍파에 휩쓸리더라도 그 중심을 잃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사진제공_ K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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