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본에서 놀러 온 친구에게 요즘 인기 있는 개그맨이 누구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친구는 ‘한냐’, ‘오-도리-’, ‘시즈루’ 등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중 ‘한냐’의 이름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한냐는 각종 인기 버라이어티 쇼의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며 입지를 다져가는 것은 물론 다음 분기 방송 예정인 게츠쿠 드라마 <버저 비트~벼랑 끝의 히어로>(이하 <버저 비트>)에 출연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에서 개그맨들의 드라마 출연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츠쿠에 캐스팅될 만큼 최근 한냐를 향한 반응이 ‘핫’ 한 것은 사실이다. <버저 비트>의 나카노 토시유키 프로듀서는 “가장 주목 받는 스타들이 집결한 러브 스토리인 만큼 가장 주목 받는 한냐와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요즘 최고 인기있는 개그 콤비, 한냐

한냐는 1986년생인 카나다 사토시와 1982년생인 카와시마 아키요시로 이루어진 개그 콤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 흥업 소속의 두 사람은 젊은 개그맨들의 화수분이라 할 수 있는 NSC(New Star Creation. 요시모토 종합예능학원)의 동기생으로 만나 2005년에 콤비를 결성했다. 한냐의 동기로는 ‘부유덴’으로 2005년에 엄청난 인기를 얻은 개그 콤비 ‘오리엔탈 라디오’나 한냐와 마찬가지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후루츠 폰치’ 등이 있다. 콤비명인 한냐는 산스크리트어로 불교에서 여러 가지 수행을 통해 얻은 최고의 지혜를 의미하기도 하고 일본의 전통 예술 중 하나인 ‘노’(가면극)에서 사용하는 귀신처럼 무서운 얼굴을 한 여자의 가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냐는 후지TV <폭소 레드카펫>이나 NTV <엔터의 신> 등에 출연하며 작년부터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른 개그 콤비들과 마찬가지로 한냐도 보케(바보 같은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를 맡는 카나다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설픈 행동이나 바보짓을 하면 카와시마가 츳코미(바보 같은 행동에 태클을 거는 역할)를 하는 만담이나 콩트를 선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즈쿠단즌분쿤 게임’이라는 정체불명의 게임을 소재로 한 콩트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 한냐는 카나다와 카와시마 두 사람의 콤비지만 이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카나다의 공이 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소 평범한 외모인 카와시마와 비교해 개구쟁이 소년 같은 이미지에 잘생긴 외모인 카나다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지만 개그에서도 카나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흔히 ‘네타’라고 부르는 개그의 소재도 나이가 더 많은 카와시마가 아니라 카나다가 만드는 경우가 많고 콩트에서의 연기도 카나다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센 척 하다가 결국은 당하는 누군가와 닮았다

그래서 한냐의 인기는 곧 카나다의 매력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나다의 보케가 특별한 것은 무턱대고 어수룩하기보다는 깐죽대는 태도로 상대방의 속을 뒤집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카나다의 외모와도 좋은 시너지를 이룬다. 카나다는 자타공인 일본 개그맨 중 최고의 미남이라 할 수 있는 ‘츄토리아루’ 토쿠이 요시미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개그맨치고 상당히 잘생긴 외모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토쿠이가 선한 인상에 말끔한 정석 미남이라면 카나다는 큰 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고 있는 다소 뺀질 거리는 인상이 강하다. 카나다는 콩트에서 큰 눈을 굴리며 깐죽대거나 센 척을 하다가도 2% 아니 20% 부족한 탓에 어설픈 바보 짓으로 카와시마에게 구박을 받는다. 토쿠이가 말끔한 얼굴로 상식을 넘어서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거나 변태적인 취미를 서슴없이 밝히는 데서 오는 간극으로 웃음을 주는 것처럼 깐죽대지만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라 미워할 수 없는 ‘헤타레’(우유부단하거나 서투른 모습) 캐릭터로 웃기는 것이 바로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개그맨 카나다의 매력이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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