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장 친한 친구 결혼식에서 후광을 펼쳤어요. 그 친구 앞날에 큰 빛을 주고 싶었거든요.” 참 잘생긴 사람이 이렇게 엉뚱하다. 마지막 ‘저스트 10미닛’의 주인공은 KBS <개그콘서트> ‘그냥 내비둬’, ‘씁쓸한 인생’에서 활약 중인 자체발광 송병철이다.

‘그냥 내비둬’에서 김민경 씨와 닭살연기가 화제다.
송병철:
원래 내가 잘하는 계통의 연기다. 더 재수 없게, 더 느끼하게, 더 닭살스럽게 해야만 이수근, 장동혁 선배가 멘트를 칠 수 있다. 게시판에 ‘정말 싫다’, ‘죽이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더라. 하하.

스킨십에 있어서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송병철:
하하. “우리 민경이는 가볍다, 날수도 있겠다”고 멘트를 하지만 실제론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가기도 했다. MRI도 찍었고.

왜 그렇게 되었나?
송병철:
옥동자 선배처럼 캐릭터가 강하지 못한 게 콤플렉스였다. 내가 나오면 사람들이 뭘 해서 웃길까하는 표정을 짓는다. 개그맨이 되기 전 대학로에서도 이상한 분장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웃더라. 오히려 왜 그러냐고 안쓰러워하시는 거다. 얼마 전 ‘씁쓸한 인생’에서도 한 번 여장을 하고 나오는 게 있었는데 관객 반응이 이상해서 편집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개그맨이 되었나?
송병철:
원래 집은 강원도 쪽이다. 서울은 기회의 땅이 아니냐며 무작정 상경했다. 매니저 일도 했었고 공연기획 일도 하고 지내다가, 한 행사에 MC가 펑크를 냈는데 대타를 했다. 사장님이 월급을 올려줄 테니 계속하라고 하셨고, MC를 하면서 사람들을 웃기는데 큰 보람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곧장 개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박준형 씨를 찾아갔다.

배우 정겨운 씨를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
송병철:
하하. 같이 사진을 캡처해서 올라온 걸 본적이 있다. 나한테는 그런 배우와 닮았다는 게 아주 기분 좋은 이야기지만 그 분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제 한번 만나면 기분 나쁘지 않으셨나 여쭤보고 싶기도 하고 밥도 한 번 먹고 싶다.

‘봉숭아 학당’의 세르게이는?
송병철:
짧으면서 강한 이펙트가 필요했다. 순정만화에서처럼 주인공 뒤로 후광이 비치고 장미넝쿨이 생긴다거나 달이 뜨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고민을 하는데 사진촬영 때 쓰는 반사판이 생각나더라. 곧장 마트로 달려가 쿠킹호일을 샀다. 처음에는 큰 우산에 호일을 붙이고 돌렸는데 한손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팔과 허리에 천을 이어서 그 부분에 호일을 붙이고 팔을 들어 올렸는데 그것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떠오른 게 부채였다. 시장에서 스티로폼과 가방, 막대를 구입하고 호일을 붙였는데 사흘밤낮이 꼬박 걸렸다. 연습시간에 모두들 앞에서 개봉을 했는데 큰 칭찬을 받았다. 후광 장치를 연구하면서 몰랐던 지식도 알게 되어 더 멋진 스테인리스 소재로 교체하게 되었고 결국 자동으로 펼치는 버튼까지 개발 하는 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예전엔 후광을 만들겠다는 문의도 많았다. 친절히 코멘트를 달아드렸다. 쿠킹호일을 구입하시라고 하고 간략한 설계도도 보내드렸다. 하하.

‘씁쓸한 인생’의 병철은?
송병철:
‘봉숭아 학당’의 세르게이가 끝나고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다. 김준호 선배님과 다른 멤버들이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짜고 있었는데 영화 <달콤한 인생>을 좋아해서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김준호 선배님이 그거 괜찮다고 하셔서 내가 이병헌 역할을 할 테니 선배님께서 보스 역할을 맡아달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머리에 물을 조금만 묻혔다. 김준호 선배가 좀 흥건히 적셔서 섹스어필한 느낌을 살리라고 하셔서 그렇게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비주얼이 괜찮다고 하시더라. 다만 멤버들이 모두 다 크게 웃기고 나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상당하다.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나?
송병철:
김준호 선배님을 좋아한다. 떴다가 금세 가라앉는 그 누군가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후광에 대해서 한마디 해다오.
송병철:
늘 차에 후광 장치를 싣고 다닌다. 장치 개그에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부심도 있고. 책상에 있는 내 피규어 인형에도 후광을 직접 만들어 붙여 놨다.

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송병철에게 정겨운이란?
송병철: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나? 하하.

<10 아시아> 전체 콘텐츠 순위 6위에 빛나는 ‘저스트 10미닛’이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긴 휴식기를 가집니다. 섭외에서 인터뷰, 사진촬영까지 부족한 원맨쇼가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생각해보니 정말 휴대폰을 몸에서 떼 본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놀 줄 알기위해 먼 곳으로 떠납니다. 그냥 던지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방식 배워 올게요. 그때는 1위하겠죠? 하하.

글ㆍ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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