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채널의 새로운 시트콤 <조나스>는 지난 5월부터 곧 여름방학을 맞는 트위니바퍼 (tweenybopper: 15세 미만의 어린 청소년. 특히 소녀. 이하 트위니)들을 겨냥해 시작했다. 시트콤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지난 6월 16일에 4집 앨범을 발매한 인기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그래서 디즈니는 물론, 시트콤과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한나 몬타나>로 트위니의 구매력을 익히 경험한 언론 매체도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케이블 채널 시리즈로는 상당한 시청률인 4백만 명을 기록했지만, 이는 디즈니나 다른 미디어가 기대했던 조나스 브라더스의 인기를 대변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지난 4년간 디즈니 채널이 자체 제작한 라이브 액션 시리즈 또는 영화 중 2번째로 낮은 시청률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조나스>는 트위니 대상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토요일에 방영이 됐으나, 두 번째 에피소드 방영 때 시청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겪으며 일요일로 방영 시간을 변경했다.

<조나스>가 인기 없는 이유 세 가지

<조나스>가 <한나 몬타나>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마일리 사이러스는 시트콤 <한나 몬타나>를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조나스 브라더스는 지난해 케이블 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디즈니 채널 오리지널 영화 <캠프 록>이나 지난해 653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한 콘서트 영화 <한나 몬타나 / 마일리 사이러스: 베스트 오브 보스 월즈> 등은 물론, 지속적인 콘서트 투어를 통해 이미 정상의 반열에 올라섰다. 따라서 트위니 층을 벗어나 팬 층을 넓혀야 하는 시점에 뒤늦게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은 일종의 ‘뒷걸음질’에 가깝다.

둘째, <조나스>는 본래 2년 전 착안된 시트콤으로 인기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가 사실은 정부 첩보요원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 작가협회의 파업으로 제작이 연기되는 사이에 조나스 브라더스의 인기가 높아져, 내용도 평범한 생활을 원하는 인기 그룹 고교생들로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시트콤의 내용보다 조나스 브라더스가 지난 2년간 인기와 함께 나이도 많아져버린 것이 문제였다. 케빈 (21세), 조 (19세), 그리고 닉 (16세)은 이제 교복을 입은 고교생으로 출연하기엔 너무 자라버렸다.

셋째, 타겟 시청자 층인 트위니 사이에서도 별다른 화제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미 조나스 브라더스를 가수로 받아들인 어린 팬층은 노래를 듣고 싶지, 교복 입고 우왕좌왕하는 ‘아이돌’을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조나스>가 다른 디즈니나 니켈로디언 시트콤에 비해 크게 문제가 있는 시리즈는 아니다. 이 시리즈는 그룹 조나스로 인기를 얻었지만, 계속 학생신분을 유지하면서, 공부와 작사, 작곡, 인기관리, 연애까지 분주한 생활을 하는 케빈과 조, 닉의 이야기를 다뤘다. 연기나 상황설정이 분명 어설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한 방에서 생활하고, 작업도 하는 형제들이 정답게 보이기도 한다.

팬심으로 단련된 자의 충고

원더걸스를 오프닝 밴드로 한 콘서트 투어를 앞둔 조나스 브라더스는 얼마 전 NBC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에서 매년 여름마다 스튜디오가 위치한 로커펠러 센터에서 개최하는 무료 야외 콘서트 시리즈에 출연했다. 콘서트를 보려고 전날 새벽부터 기다리는 소녀들과 이들의 부모들 (대부분 조나스 브라더스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딸의 성화에 따라나선 경우), 그리고 여고생들과 20대 직장 여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객들이 너무 많아서, 로커펠러 센터를 한참 벋어난 길까지 인파가 넘쳐나자, 아침 출근길에 영문도 모르는 회사원들이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라며 물어보기 일쑤일 정도로 조나스 브라더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80년대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왕 팬으로, 팬클럽 가입도 했고, 지금까지 팬클럽에서 받은 티셔츠를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나스 브라더스의 팬들을 당연히 이해한다. 그리고 본인들이 작사, 작곡, 연주까지 해내는 것을 볼 때, 아티스트로서의 재능도 당연 인정한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화사이며, 트위니를 대상으로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디즈니의 권모술수 때문에 ‘뒷걸음질’은 더 이상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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