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빔 밴더스다. 이 영화는 <파리, 텍사스>의 후속편 같은 느낌의 쓸쓸한 로드무비다. 왕년의 서부극 스타 하워드는 우울한 현재를 벗어나 과거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고, 그 과거 속에서 잊어버렸던 가족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현실이기에 그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영화가 맘에 드는 것은 영화가 온전히 ‘가족애’라는 코드만 가지고 흘러가진 않기 때문이다. 가족을 찾고 가족의 사랑을 발견한다는 내용만 가득한 영화가 아니라는 거다. 그들은 눈물을 뿌리며 감격적인 재회를 한 것도 아니고, 지난 과거를 모두 참회하고 용서 한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에서 어느덧 원망과 분노가 가시고, 이십여 년 간 쌓인 그리움 같은 것이 문득 새어나오는 것, 그것이 영화의 모든 걸 말해 준다. 가슴을 퍽 하고 치는 감동도, 슬픔도, 기쁨도, 애절함도 없지만 그게 이 영화의 허점일까, 의도된 장치일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것이 바로 빔 밴더스의 힘 빼고 만드는 영화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 적절한 배경 음악과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허하고 낡아빠진 작은 도시 아름다운 풍광은 이 영화의 보너스 트랙과도 같다.

글.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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