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편식이 너무나 심해 한번 꽂히면 그것만 하는 성향이 짙은 성격이라, 뮤지컬을 좋아하기 시작한 3~4년 전부터는 음악도 뮤지컬 OST만 듣는다. 요즘의 리스트들을 읊자면, <쓰릴 미> <내 마음의 풍금> <형제는 용감했다> 그리고 2000년 초연버전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하 <베르테르>)이다. 원래도 자주 듣긴 하지만 최근 초연멤버들이 출연한 영상을 찾아보고 난 후에는, 특히 베르테르였던 서영주가 보여준 순간의 엄청난 집중력과 몰입도 덕에 더더욱 <베르테르>를 놓지 못하고 있다. <베르테르>에 집사로 출연했던 정의욱은 “베르테르가 자살할 때 무대 뒤에서 참 많이 울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는데, 배우에게도 관객이었던 나에게도 이 작품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참 많이도 안겨주었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창작뮤지컬로, 2000년 서영주(베르테르)-이혜경(롯데)-김법래(알베르트) 페어로 첫 무대를 올렸다. 이후 조승우, 엄기준, 김다현, 민영기 등이 베르테르 역을 맡으며 <베르테르>는 꽃미남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설명되기도 했다. 물론 나는 초연도 꽃미남들이 줄줄이 나왔던 그 이후 버전들도 보지 못했지만, 2007년 초연멤버들이 다시 모인 <베르테르>를 다행스럽게도 볼 수 있었고 왜 그토록 초연멤버들을 그리워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베르테르>를 들으면 노을처럼 물들던 핏빛하늘이 기억나 가슴 한켠이 알싸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베르테르>는 2007년 이후 왜 다시 무대에 올려지지 않는 걸까?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며칠 전에는 재공연을 한다는 꿈까지 꿨는데!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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