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엔 주화 씨(추상미) 부군인 이정도(이형철) 국장이 딱해서 볼 적마다 혀를 찼어요. 진짜 사랑해서 한 결혼인지 의심이 가기도 했고요. 굳이 정치 노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어쩜 저렇게 통하는 거 하나 없는 사람들끼리 부부일 수 있는지,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나 보다 했어요. 솔직히 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망해가는 집안 살리기 위해 내 한 몸 희생하여 부잣집 딸하고 결혼, 뭐 이런 신파 있잖아요. 아니면 철딱서니 없는 주화 씨가 하도 따라다니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선심 쓰듯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죠. 왜 주화 씨가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사람 피 말리게 조를 타입이잖아요. 융통성 없고 답답하기론 <내조의 여왕>의 온달수와 우열을 다투지만, 나름 얼굴 잘 생겼지, 인품 반듯하지, 행시까지 패스한 인재이거늘 뭐가 답답해서 저런 싹퉁 바가지와 결혼을 했는지, 언제 이 국장 붙들고 한번 진지하게 묻고 싶더라고요. 설마 이 국장 같은 바른 생활 사나이도 얼굴만 예쁘면 땡큐인 걸까요?

알고 보면 주화 씨가 더 딱하죠

제 얘기, 혹시 듣기 거북하세요? 하지만 그만치 주화 씨가 남 보기엔 진상이신 걸 어쩌겠어요. ‘구질구질한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난데, 우리 시민들 구질구질하게 살게 하겠어요’가 정치 모토라지만 실제로는 구질구질한 막후 작업의 달인이잖아요. 나이를 먹었다면 먹었고,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데 봉투 돌리고, 향응하고, 인신공격하고 그러는 거,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배운 거랍니까? 보아하니 친정 부모님도 졸부 냄새가 슬쩍 나긴해도 그런 성정은 아니시더구먼요. 그처럼 사방천지 돌아다니며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드니 청렴돌이 이 국장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아니냐고요. 그러고도 지난번에 적반하장 트집을 잡으니까 이 국장이 “집어치워라, 살 부비고 사는 남자 마음 하나 개뿔 알지도 못하면서 13만 인주 시민의 마음을 니가 어떻게 대변할 건데?”라고 화를 내는데, “아, 그냥 이혼해버려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던 걸요. 사실 안 맞는 사이끼리 굳이 참고 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요즘은 오히려 주화 씨가 더 딱해 죽겠습니다. 에두를 것 없이 그냥 터놓고 얘기하자면 저는 이 국장과 주화 씨 친구 신미래(김선아) 시장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이 마음에 안 들어요. 일단 미래가 이래저래 자꾸 이 국장에게 기대고, 의논한답시고 전화하고, 불러대고 하는 거, 불편합디다. 물론 그간 미래에게 갖가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마냥 동정이라고 하기엔 이 국장의 눈빛이 가끔 너무 그윽하고, 동료 간의 우정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끈끈한 적도 있거든요. 게다가 조국(차승원) 전 부시장과 셋이 함께 있으면 번번이 삼각관계의 기운이 감돈다는 거 모르고 계셨죠? 특히 선거 유세 중 미래가 계란 투척을 당했을 때 아무리 선거 참모라지만 호텔 방으로 직접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줄 필요까지는 없는 거잖아요. 프론트는 괜히 있으며 선거 도우미들은 괜히 있답니까? 속없는 주화 씨는 남편은 물론 친구 미래도 철석같이 믿는 터라 의심의 눈길 한번 보내지 않지만 이 국장의 눈빛을 감지한 저로서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 국장, 그 눈빛 벌써 다 들켰거든요!

그리고 부부라는 게, 가족이라는 게 뭐겠어요. 자기들끼리 만날 티격태격하다가도 남이 건드릴라치면 동그랗게 오그라드는 벌레 모양 똘똘 뭉쳐 대적하는 게 가족이잖아요. 그런데 이 국장이라는 남자는 왜 허구한 날 미래 편만 들고 나선답니까? 아내와 미래 사이의 오랜 갈등을 모르는 바도 아닐 텐데 아내 편을 들어주는 법이 어째 단 한 번도 없냐고요. 하다못해 “미래 씨보다는 주화 니가 훨씬 예쁘지”라는 식의 너스레라도 떨어주면 좀 좋으냐고요. 그래도 툴툴대기나 할뿐 의심 한번 하지 않는 주화 씨가 어쩌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순진무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국장이 주화 씨에게 반한 건 아마 남들은 알지 못하는 주화 씨의 순수함을 봤기 때문이지 싶어요.

부부 사이를 이간질 할 마음에 이런 소리를 늘어놓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장인어른께 아이가 없는 원인이 이 국장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말씀드린 걸 보면 좋은 사람인 건 맞잖아요. 선거 유세에 지친 주화 씨를 위해 손수 도시락을 장만해준 걸 보면 아직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 것도 맞고요. 윤리관이 다르고 정치색이 다른 건 쉽사리 해결 될 문제가 아니죠. 주화 씨가 세상 이치를 깨닫고 생각을 바꾸기까지는 아마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나 이 국장과 미래 사이의 선만큼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확실하게 긋는 게 좋겠습니다. 언젠가 주화 씨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들키면 불법, 안 들키면 제법”이라고 했던가요? 이 국장의 속내가 들켰다는 걸 어서 알려주라고요. 아내의 친구를 향한 눈빛이 흔들리는 건 분명 불법, 맞거든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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