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 옴므파탈의 고독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 <돈 주앙>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단연 돋보였지만, 극을 끈끈하게 감싸고 있는 플라멩코가 없었다면 성립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앞서 언급한 작품 속 플라멩코가 극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이었다면, 댄스 뮤지컬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Fuego, 이하 <푸에고>)는 그 배경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의미의 ‘푸에고’는 플라멩코의 정열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집시들의 한과 저항정신을 온 몸으로 담아낸다. 2005년 한국초연 이후 세 번째 내한공연을 맞은 <푸에고>의 프레스 리허설이 6월 9일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푸에고>의 무대 위에는 그 흔한 배경천도, 단이 나뉘어져 있는 계단도 없다. 극도로 단조로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쿵쾅대는 심장의 울림과도 같은 박수소리와 발구름 소리,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재적소에 떨어지는 조명이다. 특히 <돈 주앙>에서 조명을 이용해 실제 비가 내리는 듯한 효과를 구현해냈던 예술 감독 웨인 폭스가 이번 작품에도 참여해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시연된 오프닝 무대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음악 ‘볼레로’(Bolero)에 맞춰 절도 있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플라멩코를 대중적인 넘버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6월 9일부터 14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시각적인 효과가 돋보이는 <푸에고>의 군무에 주목하라”
제작자 카르멘 모타, 안무가 호아킨 마르셀로 미니 인터뷰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제작자 카르멘 모타와 안무가 호아킨 마르셀로가 함께 했다. 현재 76세의 카르멘 모타는 스페인의 국보로 칭송받는 플라멩코 무용수이며, 그녀의 아들이자 <푸에고>의 안무가인 호아킨 마르셀로는 8살 때 고열을 앓아 청각을 잃었지만 시각적으로 화려한 안무를 만들어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공연이다. 지난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르멘 모타
: 이번 내한공연을 위해 2곡의 넘버를 추가하였는데, 바로 새로운 오프닝에 쓰이는 ‘볼레로’와 탱고를 기본줄기 삼아 작곡한 넘버이다. ‘볼레로’는 대중들의 귀에 아주 익숙한 곡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푸에고>가 다른 플라멩코 공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카르멘 모타
: <푸에고>는 1막과 2막으로 구분되어 있다. 1막에서는 라스베가스, 브로드웨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쇼적인 부분들이 강조되어 있고, 2막에서는 전통적인 플라멩코를 만날 수 있다. 록적인 넘버들과 다양한 조명 등에서 보여지는 현대적인 부분들과 과거 전통의 플라멩코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데 어떻게 안무를 구상하나.
호아킨 마르셀로
: 안무를 짜는 것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음악을 스스로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2막에서의 플라멩코는 전통적인 음악과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익숙해 상대적으로 덜 어렵지만, 1막의 음악들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각각의 악기들의 리듬과 멜로디에 대해 지도를 받은 후 상상해 안무를 짠다.

호아킨만의 안무철학이 있다면.
호아킨 마르셀로
: 기본적으로 플라멩코는 독무가 많지만 <푸에고>는 군무가 많은 작품이다. 개별 댄서들의 동작 하나하나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지만, 전체적인 조화와 무대에서 보여지는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시해서 안무를 짜고 있다. 그리고 태극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은 강한 면과 부드러운 면이 있는 나라다. 그런 부분을 안무에도 넣어보고 싶다.

사진제공_씨엘커뮤니케이션즈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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