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날> MBC 오전 9시 30분MBC <환상의 커플>의 ‘강자’ 역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때부터 정수영에게는 남다른 뭔가가 있었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 그런데 MBC <내조의 여왕>에서는 푼수 같은 점술가 ‘지화자’로, <시티홀>에서는 무능한 남편과 줄줄이 딸린 아이들에 대책없는 친구 신미래(김선아)까지 챙기느라 허리가 휘는 똑순이 공무원 ‘정부미’를 동시에 연기하면서도 전혀 위화감 없었던 그의 모습은 아무래도 5남매 대가족의 장녀라는 데서 나왔던 것 같다. 대개 연예인 가족을 소개하는 아침 방송은 가구 및 주방기기 협찬을 자랑하기 위함이지만 큰누나, 언니 못지않은 독특한 재능과 개성을 가진 정수영의 가족들을 만나보는 것은 그것과는 달리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남자 이야기> 마지막회 KBS2 밤 9시 55분경찰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채도우(김강우)는 총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여동생 은수(한여운)의 병원을 찾아가 은수를 외부로 이송하려 하다가 마징가(박기웅)를 칼로 찌른다. <남자 이야기>가 오늘로 막을 내린다. 사실 김신과 채도우, 누가 이기느냐 혹은 누가 죽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지점은 쓰레기 만두 파동, 미네르바 사건, 철거 현장의 폭력, 선량한 시장 암살 등 ‘현 시국을 표절’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현재적 사건들을 녹여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끊임없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욕망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만큼 천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쨌든 채도우와 김신, 그리고 그 패밀리들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하다. 여기서의 마징가도, 독지가의 도움으로 미국유학을 갈 수 있을까?

MBC 밤 11시 15분 MBC <에덴의 동쪽>(사진)에서 태백 탄광 노조는 자본가 신태환(조민기)과 맞서 광부들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하는 요즘 트렌드에 걸맞게 현실의 전국광산노조연맹(이하 ‘광노’)과 대한석탄공사(이하 ‘석공’) 노조에도 해묵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광노 위원장직 7선에 성공한 김동철 씨와, 11년간 석공 노조 위원장을 연임한 김동욱 씨 형제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경력직 채용에 무자격자들을 입사시키거나 불필요한 자리를 만들어 자신들의 동생을 앉혔다는 의혹은 물론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미심쩍음 역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연일 연예인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만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온갖 치부들과 제대로 마주하는 일이 아닐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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