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마부키 사토시는 예쁘다.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갖다 붙이는 ‘꽃미남’ 이라는 단어지만 츠마부키 사토시를 이야기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을 찾기도 어렵다. 몇 년 전 한 연예 프로그램에 츠마부키 사토시와 조인성이 함께 출연 한 적이 있다. 누가 더 꽃미남 이냐는 실없는 논쟁을 부추기고 싶진 않지만 바로 옆에 우월한 기럭지와 완벽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조인성이 있음에도 말간 얼굴을 하고 사심 없이 웃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에게서 눈을 뗄수 없었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모은 데는 그의 탁월한 외모가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영화 <워터 보이즈>의 싱그러운 젊음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서러운 눈물을 기억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미소가 예쁜 꽃미남 배우가 올해 서른이 되었고 배우로서의 경력도 벌써 10년을 넘겼다는 사실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카리스마 대신 자연스러움으로 채워온 10년

츠마부키 사토시는 1997년 ‘스타오디션’을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스타오디션’은 게임회사 나무코와 대형 연예기획사 호리프로, 아뮤즈, 그리고 닛뽄방송이 함께 진행한 이벤트로 시뮬레이션 게임 기계를 이용한 신개념의 오디션이었다. 고교 시절 스트리트 잡지 <도쿄 스트리트 뉴스>에서 인기 독자 모델로 활동하던 츠마부키 사토시는 우연히 게임 센터에 갔다가 오디션 기계를 보고 재미 삼아 응모를 해봤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당시 약 300만 명이라는 오디션 사상 최다 인원 기록을 낳은 이 ‘스타오디션’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오디션 기계 앞에서 다소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던 열여덟 살 소년은 자신이 10년 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리라고 과연 예상했을까. 이처럼 시작은 타고난 외모와 얼마의 운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츠마부키 사토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배우로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가진 최고의 매력은 바로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츠마부키 사토시 역시 다른 미남 배우들이 그러했듯이 말쑥한 외모가 연기보다 먼저 거론되는 배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일본 연예계 내에서 특히 그와 함께 작업하는 현장 스태프들에게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력은 상당히 호평을 받는다. 그에게는 기무라 타쿠야의 압도적인 매력이나 아사노 타다노부의 강렬함 또는 오다기리 죠의 분위기는 없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결코 보는 이를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여주진 않지만 관객이 어느 순간 그가 분한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그가 가진 친근감의 힘이다. 우리는 부끄러운 삼각 수영복을 입고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워터 보이즈>), 취업을 고민하는 평범한 대학생(<오렌지 데이즈>), 우유부단하지만 심성 고운 셋째 아들<(런치의 여왕>),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청년<(슬로우 댄스>)으로 분한 츠마부키 사토시를 보며 함께 아파하고 마음으로 응원했다.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는 간절한 눈물

배우로서 지나친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츠마부키 사토시의 장점이다. 그는 애초에 배우를 꿈꾸지 않았기에 오히려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스스로 운이 좋아 배우가 되었다고 말하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처음에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스스로가 부끄럽고 분했다고 한다.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결심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츠마부키 사토시에게 연기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인물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그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 속에서 폭넓은 배역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늘의 사건 사고> 같은 작품뿐 아니라 <도로로>, <보트> 같은 장르성이 강한 영화나 <눈물이 주룩주룩> 같은 기획 영화,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NHK 대하사극 <천지인>의 러브콜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스토리나 스펙터클에 방점이 찍히는 작품 속에서 아우라를 죽인 채 배경에 녹아들 수 있는 이가 바로 츠마부키 사토시다.

이처럼 츠마부키 사토시는 지난 10년 간 50여 편에 이르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스스로 무기력하다고 느끼던 시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뛰어 넘어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행보는 그대로 작품에 투영되었다. 언제나 자연스럽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유독 인상 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비뚤어진 성격이 된 사에(시바사키 코우)와 만나 부딪히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평범한 대학생 카이도 특별한 소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만나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과 절망을 경험하며 어른이 되는 츠네오도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하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카이와 츠네오의 눈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꽃이 시드는 것처럼 츠마부키 사토시의 이십 대를 지탱했던 그 꽃 같은 미모는 점점 사그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 ‘꽃미남 배우’의 경우 앞의 단어를 향한 호들갑스런 칭찬들 속에서 뒤의 단어에 걸맞은 내공을 조용히 쌓아왔다. 서른 살, 츠마부키 사토시의 얼굴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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