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가 번 돈으로 장난감을 살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나이에 맞게 대부분의 경우 장난감에 대한 욕망은 핸드폰, 자동차 같은 생활밀착형 상품 방향으로 진화하게 마련이고, 소수의 사람들은 비싸고 마니악한 피규어로 자기만의 컬렉션을 만든다. 어쨌든 어릴 적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과는 세월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지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2007년 영화 <트랜스포머>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사실 어떤 찬사도 이 영화가 보여준 영상에 대해선 사족에 불과할 것이다. 그 날 이후 한동안은 거리에서 대형 화물차를 볼 때마다 혼잣말로 “변신!”이라 외쳤고, 평소 옷 한 번 산 적 없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트랜스포머’나 ‘옵티머스 프라임’을 검색했다. 분명히 오랜만에 나는 빨리 장난감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 안달이 나있었다. 고백하건대 당시 옵티머스 대장을 사지 않은 건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구입한 범블비는 예상보다 변신 메커니즘이 흥미로웠고, 당시 다니던 회사 책상에 올려놓기에도 딱 알맞은 크기여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나만 만족하면 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의 2년여의 시간동안 범블비는 혼자서 외롭지 않았을까? 옵티머스 대장을 비롯한 오토봇 친구들이 곁에 있길 바라지 않을까? 요새 들어 대형 마트의 완구 코너를 볼 때마다 이런 의문이 강하게 생긴다. 어쩌면 곧 나의 만족이 아닌 범블비의 외로움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오해를 피해 말하자면 결코 <트랜스포머 2> 예고편을 봐서 그런 건 아니다. 결코.

글ㆍ사진.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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