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부터 6일까지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과 서울시의 주최로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는 한중일 및 아시아 6개국 80여 명의 드라마 작가들이 모여 교류하는 자리였다. 각 국가별로 드라마 한 편씩을 선정해 감상한 뒤 자유토론을 갖는 메인 프로그램에서는 일본의 <아츠히메>, 중국의 <자오단>(赵丹) 등이 발표되었으며 한국 드라마로는 지난해 SBS에서 방영되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과 한국방송작가대상을 수상한 <신의 저울>이 5일 오전에 상영되었다.

“법조인과 국민 사이의 오해를 줄이고 싶었다”

<신의 저울>은 자신의 약혼녀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숨기고 있던 비밀과 마주치는 주인공의 갈등, 그리고 법으로도 맞서기 힘든 상대인 재벌과 거대 로펌의 비리 등을 치밀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이 작품을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라는 의문에서 <신의 저울>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는 사회에 막중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의 저울>을 통해 법조인과 일반 국민 사이의 오해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는 유현미 작가는 사법피해자들의 사례나 법조인들의 생활 등 디테일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는 발로 뛰는 취재가 가능했지만 사법연수원생이 살인을 저지른다거나 검찰이 재벌 회장의 비리를 수사한다거나 하는 설정들에 대해 각 분야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 결말 부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소 급작스레 화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 작품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시청률이 확보되면 연장 요구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결국 예정대로인 16부에서 끝내려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신의 저울>은 심도 있는 ‘반부패 드라마’”

30분으로 편집된 <신의 저울> 1편 상영 후에는 각 나라 작가들의 감상과 토론이 이어졌다. <피아노>, <봄날> 등을 집필한 김규완 작가는 “이 드라마가 힘을 가진 자들의 도덕적 치부와 전관예우라는 악습 등을 드러냈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식의 뜬 구름 잡는 것 같던 이야기를 우리 곁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아츠히메>를 집필한 타부치 쿠미코는 “유현미 작가가 인간의 양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가로서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며 “스토리의 구성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여성의 관점에서 썼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 희곡을 일본에 번역해 소개하는 등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아 <신의 저울> 역시 16부 전편을 다 보았다고 밝힌 일본 작가 츠가와 이즈미는 “흥미롭고 현실성이 뛰어나다”는 감상과 함께 “며칠 전 한국 검찰총장이 사퇴했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인 것 같다고 느꼈다. <신의 저울>의 기획의도이기도 한 ‘법률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 졌는가’ 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틈관동>, <북풍나개취> 등을 집필한 중국 드라마 작가 가오만탕은 “중국에서는 <신의 저울>과 같은 장르의 드라마를 ‘반부패 드라마’라고 부르는데, 비슷한 소재를 다루더라도 한국 드라마는 상당히 복잡하고 심도 있다고 느꼈다”는 소감과 함께 “현재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중국 드라마가 상당한 발전을 이루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개인의 운명과 사회의 운명, 발전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치열하게 갈등하는 면이 다소 부족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젊은이들처럼 행복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 작가들은 드라마를 쓰면서 바로 이 점을 주목해야 하고,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사진제공_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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