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들의 우정과 사랑을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전달하는 뮤지컬 <삼총사>의 코믹함이 부담스러웠다면, 또 다른 체코뮤지컬 <클레오파트라>(KLEOPATRA)를 만나보자. 고대 이집트 벽화 한 귀퉁이를 그대로 오려 무대 위에 올린 듯한 환상이 눈을 즐겁게 하고, 클래식 특유의 웅장한 선율들이 귀를 감싼다. 영화배우 공형진이 시저 역으로 캐스팅 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의 프레스콜이 6월 3일 극장 용에서 열렸다.

5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로마와 이집트 간의 정치적 갈등과 시저,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 등 역사적 인물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2008년 한국초연에서는 김선경, 박지윤, 김법래, 민영기 등이 출연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번 2009년 버전에서는 관객들의 이해도를 더 높이기 위해 로마와 이집트의 신인 주피터와 이시스의 대사를 음악으로 처리하는 등 많은 부분에 수정을 가했다. 또한, 40여곡에 달하는 뮤지컬 넘버들은 별도의 편곡작업을 거쳐 좀 더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미했다. 50여 분간 시연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상형문자가 가득 새겨진 무대와 고대 이집트 특유의 의상과 안무들이 결합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현재 뮤지컬 <클레오파트라>가 공연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와 함께 8월 30일까지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도 한창 진행중인만큼 가까운 서울에서 이집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걸어 여왕을 꿈꾼 클레오파트라,
전수미ㆍ박란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에는 전수미와 박란이 캐스팅되었다. 그동안 <新 행진! 와이키키>, <풋루스> 등 라이선스와 창작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오가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전수미는 파워풀하면서도 단단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했다. “2008년 초연당시 김선경 씨가 구축해놓은 클레오파트라가 워낙 포스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내가 표현하는 클레오파트라는 여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써 따뜻한 마음으로 노래하려고 애쓰고 있고, 아이를 낳고 난 2막에서는 원숙함을 표현하려한다.” 또 다른 클레오파트라 박란은 450:1의 오디션을 뚫고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전수미와는 달리 고양이 같은 눈매로 매혹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성악과 출신이라서 노래하기는 수월했는데,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하거나 대사를 할 때 너무 힘들기도 하다. (웃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시저,
공형진ㆍ정찬우ㆍ여운

클레오파트라를 왕위에 오르도록 도와준 시저 역에는 공형진, 정찬우, 여운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영화에서 감초역할을 많이 했던 공형진은 시저 역을 맡아 진지한 장군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몇 년 전부터 뮤지컬 섭외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뮤지컬은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많이 거절을 했고 게으름을 핑계로 등한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하게 됐는데, 주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천 번은 한 것 같다.” 또한, 2008년 초연당시 아폴로도로스 역을 맡았던 정찬우가 시저로 다시 같은 무대에 선다. “연습을 하면서 ‘초연 때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초연의 시저였던 김법래 씨의 잔상이 많이 남았었지만, 이번 무대 위의 시저는 강인함 속에 부드러움이 내제되어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로마를 버리고 클레오파트라를 선택한 안토니우스, 조휘ㆍ김승회
시저 휘하의 장군이었으나, 클레오파트라를 사랑하게 되는 인물 안토니우스에는 조휘와 김승회가 캐스팅 되었다. 올 초 <돈 주앙>을 통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던 조휘는 이번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주연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작년에 <클레오파트라>가 무대에 올랐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초연과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철저히 동선만 파악하는 정도로 작년 버전을 참고했다. 전혀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 중이고, 노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의 진솔함을 표현하려고 한다. 안토니우스는 평소에는 강인하지만, 클레오파트라와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 중이다.”

관전 포인트
“체코 역시 주변국의 침략을 많이 받은 탓인지 한국 특유의 ‘한’과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들이 있다”는 장소영 음악감독의 말처럼, <클레오파트라>에 등장하는 4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웅장하면서도 신파스러운 느낌으로 극 전체에 감싼다. 이 넘버들은 리얼티리가 살아있는 무대와 안무들이 함께 결합되어 관객들을 더욱 매료시킨다. 하지만 세계사 시간에 조느라 클레오파트라, 시저, 안토니우스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스토리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만화책 <클레오파트라>라도 한번쯤 훑어보고 가자.

사진제공_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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