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신원정대> MBC 드라마넷 오후 6시
다음 중 어떤 사람이 가장 얄미운지 말해보자. 공부도 별로 안 하는데 성적 잘 나오는 친구, 나보다 못생겼는데 분기별로 연애하는 친구, 밥은 꼬박꼬박 양껏 먹는데 허리는 잘록한 친구. 만약 세 번째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면 이제 <식신원정대> 시청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음식에 있어 맛은 기본, 양은 정에 비례한다는 정신의 프로그램 <식신원정대>에 새 MC로 현영이 등장하는 건 그래서 사뭇 도발적이다. 이번 주 게스트인 SS501의 김규종과 하하호호 웃으며 맛있게 전복 요리를 먹는 날씬한 여자 MC라니. 혹여 ‘따로 관리 같은 건 안 해요’라는 새빨간 거짓말에 ‘열폭’할 사람들이 있다면 미리 충고하겠다. 끊어질 듯 가냘픈 허리는 오직 허리가 끊어질 듯 복부 운동을 할 때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시네마 천국> EBS 밤 11시 10분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고, 반전이 있다는 입소문까지 더해지며 흥행에 순풍을 단 영화 <마더>의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히치하이커들을 위해 이번 주 <시네마 천국>은 <마더>에 대한 안내서를 준비했다. <세븐 데이즈>나 <체인질링> 같은 영화에서 가장 징글징글한 에너지라 할 수 있는 모성이 스크린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났는지, 단편영화 시절부터 빛났던 봉준호 감독의 날카로운 현실인식이 어떤 식으로 펼쳐져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잘 만든 여행안내서 대부분이 그렇듯 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여행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발로 걸으며 느낀 여행지는 책 속 사진과 글로는 전혀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변수들로 채워진 곳이라는 걸 되새기면서.

밤 10시 55분

동물원에서 충분한 먹이와 천적의 위협 없이 지내는 동물은 과연 행복할까? 2년 동안 밥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군대에서의 기억과 비교해 볼 때 그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종종 동물원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동물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간들로 인한 환경 파괴 때문에 야생의 영역은 ‘1박 2일’에만 남아있는 현재, 동물원은 동물들이 피신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의 주장이다. 이제 야생에선 만날 수 없는 백두산 호랑이를 번식시키고, 점점 야성을 잃어가는 사자가 다시 야성을 되찾도록 방사장을 제작하는 서울대공원의 풍경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도 피신처를 만들어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일까,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야생을 침범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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