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살인의 추억>과 닮아 있다. 한 소녀가 죽었고, 경찰은 용의자에게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지 않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방식으로 용의자의 증언을 얻어낸다. 그러나 소녀가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빨래 널어놓듯 걸린 채 죽으면서 드러나는 건 <살인의 추억>처럼 무능한 공권력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감추고 있던 비밀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마을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외부인이었고, 사건을 해결하러 온 사람도 외부인이었다. 하지만 <마더>에서는 모든 문제와 해결이 안에서 벌어진다. 농촌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곳이 아니다. 그리고 모성도. 우리가 신화처럼 믿고 있던 가치는 전통적인 것이었으되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원빈의 그림 같은 한쪽 얼굴과 맞아서 퉁퉁 부은 또 다른 얼굴 같은 그 가치들의 두 얼굴. <살인의 추억>의 마을은 본격적인 현대화와 함께 전통적인 사회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곳이었고, <괴물>에서는 그런 마을에서 도시로 유입되었을 법한 도시 빈민들이 사회 시스템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족애의 힘만으로 버텨나갔다. 그리고 <마더>에서 가족애는 절대적이되 우리가 알고 있던 그것은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살인의 추억>, 풍자적인 우화 같았던 <괴물>을 지나 가장 은유적인 <마더>로 오는 사이, 봉준호 감독은 점점 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고, 본질적인 단위 안으로 들어간다. <마더>가 봉준호 감독의 그 어떤 작품보다 무거운 것은, 그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가장 마지막 구심점에 깔려 있는 어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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