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겠다.
윤상현:
연기는 나에게 살아가는 활력소다. 와, 정말 어떻게 이렇게 됐지. 처음에는 회사에서 음반은 안 나오고, 집에 돈은 갖다 드려야하고 해서 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에 빼 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당신은 데뷔 전에도 계속 생계를 꾸려야 했던 입장이다. 연기자도 잘못하면 돈을 전혀 못 벌 수 있는데, 걱정은 안 됐나.
윤상현:
그래서 집에는 비밀로 했었다. 그런데 <백만장자 결혼하기>에서 프랑스 로케 촬영을 가야 해서 짐을 챙겨야 하니까 더는 숨길 수 없더라. 부모님이 어디 가냐고 물으시길래 드라마 찍으러 간다고 했더니 미쳤다고 그랬다. (웃음)

“‘네버엔딩 스토리’는 한 달 내내 차 안에서 계속 불렀다”

지금은 좋아하시나? (웃음)
윤상현:
물론. (웃음) 광고도 찍고 보탬도 됐더니 좋아하신다.

데뷔 전 돈을 벌려고 옷 디자인부터 분식집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걸로 안다. 그런 경험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윤상현:
작품에서 내가 보여주는 행동은 내가 전에 했던 것들이다. 윤대리의 행동은 학교 다닐 때 내가 짠돌이라 밥 얻어먹고 다닐 때의 모습에서 나왔다. 멜로 연기는 여자 친구와 나눴던 감정을 가져온 거고. 내가 경험해 온 것 중에서 하나씩 빼는 거다.

그러면서 작품의 캐릭터를 본인에게 맞추는 건가. <겨울새>는 원래 무거운 캐릭터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윤상현:
나에게 맞춰 바꾼 건 아니다. 처음 대본을 봤는데, 작품이 너무 먹구름인 거다. 사람들이 계속 울고. 드라마 자체가 너무 무겁다 보니까 거기서 좀 밝은 요소를 찾을 수 있는 건 나와 박원숙 선생님이 나누는 대사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마저 캐릭터가 무거워지면 드라마가 초상집처럼 될 거 같아서 감독님께 제안을 했다. 그게 받아들여진 거다.

<내조의 여왕>에서 부른 ‘네버엔딩 스토리’도 당신이 고르지 않았나.
윤상현:
박지은 작가가 나에게 자신 있는 노래를 골라보라고 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작품 속에서 나와 천지애는 불륜이라고 할 수는 없고, 또 태준이는 지애에게 진지하지만 코믹한 부분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노래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를 사랑해” 같은 가사들은 있으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러면 불륜이 되니까. 그래서 애틋하고 서정적인 노래를 생각하던 중에 박지은 작가가 ‘네버엔딩 스토리’를 추천했다. 노래를 불러보니까 드라마와 정말 잘 맞았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차에서 계속 부르면서 느낌을 익혔다.

송강호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송강호는 신문이 자신의 연기 스승이라고 할 만큼 한 캐릭터를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연기한다. 당신도 그런 연기를 좋아하는 건가.
윤상현:
우선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 테크닉을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캐릭터를 하나 맡으면 캐릭터의 자란 환경을 생각한다. 태준이라면 얘가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자란 환경을 생각하고 나서 연기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지애가 태준을 안아 주었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태준이가 지애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해석했나. 재벌 2세가 주부를 좋아하는 건데.
윤상현:
<내조의 여왕>을 보면 내 말투가 점점 지애처럼 변한다. 대화의 리듬도 비슷해지고. 좋아하면 닮는다고 그러지 않나. 나도 옛날에 여자 친구 만나면서 그랬었다. 그런 걸 표현하듯이, 처음에는 좀 까칠하게 굴다가 점점 지애와 만담도 하면서 꼭 남매처럼 보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우연히 만났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서 점점 정이 들고, 서로 닮아가고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태준과 지애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선을 유지한다. 그건 어떻게 받아들였나.
윤상현:
박지은 작가가 최종회 대사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다”라고 썼다.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좋아한 거다. 김남주 씨가 나를 안으면서 고맙다,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이야말로 둘 사이의 감정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왔다.

그 장면에서 당신의 표정이 많이 회자됐다. 로맨틱하거나 슬픈 표정이 아니라 뒤통수 맞은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는데.
윤상현:
뒤통수 맞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못들은 척하던 사람이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으니까. 그걸 알게 됐을 때의 몽롱한 느낌을 표현하게 됐다. 사람이 의외의 일을 당하면 감정 표현 전에 그냥 몽롱할 때도 있으니까.

캐릭터를 해석할 때 최대한 작품 전체의 관점에서 보는 것 같다.
윤상현:
드라마 상에서 나 혼자 동떨어지면 안 되니까. 전체적인 느낌을 본 다음에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를 생각하고, 그걸 연출자와 상의한다.

“대스타나 한류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당신의 캐릭터는 MBC <불꽃놀이> 이후 늘 코믹한 부분들이 섞여 있다. 그건 당신의 성격이 반영된 건가.
윤상현:
맞다. 나는 그 신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면 되도록 캐릭터를 밝게 하고 싶어 한다. 평범하게 넘어가는 것 보다는 즐겁게 하고 싶다. 그러면 다들 즐거워하지 않나.

하지만 당신은 데뷔 4년째다. 데뷔한지 얼마 안 돼 계속 웃기거나 찌질한 (웃음) 모습을 연기하는 게 모험이란 생각은 안 들었나.
윤상현:
전혀. 난 이 바닥에 들어와서 이미지로 먹고 살려고 해본 적도 없고, 대스타가 되거나 한류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한 번도 없다. 나는 생활 연기자가 되고 싶다.

생활 연기자가 되려면 오히려 한 가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멋진 재벌 2세 이미지를 만들어서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에 오랫동안 출연한다든지.
윤상현:
오늘 한의원에 갔다 왔는데 나는 한 가지를 계속 못한다고 했다. 몸에 열이 많아서. (웃음) 실제로 나는 이 일을 하기 전에도 한 가지 일을 오래 못했다. 그래서 캐릭터도 계속 바뀌는 게 재밌다. <겨울새>나 <크크섬의 비밀>도 너무 재밌었다. 캐릭터도 있고, 색깔도 분명하고. 안할 이유가 없다.

연기자가 되기 전에 다양한 일을 한 것도 몸에 열이 많아서일까? (웃음)
윤상현:
맞다. 사진 찍는 걸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카메라를 사서 배우는 성격이니까.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 (웃음)

그러면 당신이 새롭게 하고 싶은 목표는 없나?
윤상현:
없다. 이 일이 좋으니까 열심히 하고 싶을 뿐이다. 대본 들어오면 그거에만 집중해서 열심히 할 뿐이다. (웃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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