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는 가끔 ‘만들고 싶은 요리’이다. 생각보다 무지하게 간단한데다가 즐겁게 톡톡톡톡 한참을 칼질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한 번 만들어놓으면 여러 끼가 해결이 된다. 모 카드회사의 홈페이지마냥 카레도 이다지도 쉽고 간단하고 실용적이다. 쉬운 만큼 여러 가지 변주가 가능한데 그 중 요즘 내가 꽂혀버린 것은 <33분 탐정>에 나오는 배우 ‘타카하시 카츠미’의 카레다. 에 나와서 선보였던 카츠미 씨 특제 레시피의 카레.

준비물은 양파, 버터, 감자, 큼직큼직하게 썰린 돼지고기, 다진 마늘, 카레 정도다. 먼저 양파를 잘게 다져서 프라이팬에 산처럼 쌓아놓고 버터 한 덩어리와 함께 4-50분간 볶아서 양파 페이스트를 만든다. 긴 시간이 지루할 뿐 결코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돼지고기는 카레가루, 소금, 다진 마늘로 양념을 해서 역시 프라이팬에 적당히 볶아준다. 어차피 카레에 넣고 한참을 팔팔 끓일 예정이니 돼지고기가 다 익었나 안 익었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양파 페이스트와 돼지고기를 물에 넣고 또 열심히 끓여주다가 카레 투하. 한 시간 반을 느긋하게 끓여준다. 그래, 카레는 시간이 만드는 음식인 거다. 그 동안 심심하니 천천히 감자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따로 삶는다. 따로 삶은 감자는 먹기 직전에 카레에 넣는다. 간단하고 별 것 아닌 듯싶지만 이 레시피대로 카레를 만들어본 결과 이건 위험할 정도로 맛있다. 폭식으로 가는 문이 빼꼼 열리는 기분. 입맛 뚝뚝 떨어져가는 초여름, 위험한 카레를 한 번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아, 불 앞에 한참을 서 있어야 하니 카츠미 씨도 강조했듯 맥주는 필수다.

글. 이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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