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난쟁이나 요정처럼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에 대한 공포가 있다. 국민학교 시절 으시으시한 북유럽 동화를 지나치게 많이 읽은 후유증이라고 해두자. 문제는 인기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인 스웨덴산 트롤 인형조차 책상위에 올려놓지 못할 만큼 이 공포증이 심각하다는 거다. 그러니 상상해보시라. 지은 지 50년도 더 된 칸영화제의 숙소에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위 동영상을 발견했을 때의 진절머리 나는 공포를 말이다. 위 동영상은 아르헨티나 사티아고델에스테로주의 클로도미라에서 소년들의 핸드폰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난쟁이 요정이다. 목격자인 후안 카를로스에 따르면 “누더기 같은 걸 걸친 난쟁이 괴물이 서서히 다가오는 걸 보고 도망쳤다”고 한다. 동영상을 찍은 친구들 중 몇몇은 심하게 놀란 나머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란다. 게다가 주민들에 따르면 그 지역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난쟁이 괴물이 목격됐단다. 이걸 곧이곧대로 믿다가는 우리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건 위 동영상이 안겨주는 실재적인 공포 효과다. 핸드폰 카메라에 우연히 담긴 초현실적인 존재가 모니터 너머 우리에게 안겨주는 소름끼치는 공포는 깨끗한 HD 화질에 담긴 유령의 공포를 능가한다. 모든 것이 명확한 HD 시대지만 진짜 시각적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건 여전히 흔들리고 지지직거리는 아날로그의 몫 인가보다. 재간둥이 J.J 에이브람스가 <클로버필드>로 증명했듯이.

글. 김도훈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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