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섯 명의 청춘이 있다. 2류지만 칙칙하기로는 세계 최고인 회사의 여직원인 메이코와 신문사 하청업체에서 단순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다네다, 대학 6학년인 가토와 옷가게 베테랑 판매원 고타니, 그리고 늘 록스피릿을 잃지 않는 약국 점원 빌리(야마다). 평온함을 가장한 채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그들의 일상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무수한 의문과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놓을 수 없는 서글픈 희망으로 점철된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에 짓눌려 서서히 질식해 가던 그들의 숨통을 트여준 것은 한 곡의 노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존재. 대학교 시절 음악 서클에서 친구가 된 그들은 다시금 의기투합해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아직 젊기에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은 가득하나, 그 현실을 어찌 타파해야 할지 몰라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면서도 못 견디게 지루해하는 이 땅 위의 모든 ‘못난 청춘’들을 위한 애도가인 <소라닌>은 거대한 도시의 구석진 모퉁이에서 세상을 향해 울려 퍼진다.

감자에서 돋아난 싹에 있는 독성물질의 이름을 딴, 아사노 이니오의 2006년작 <소라닌>은 그 이름이 뜻하는 본래의 성분처럼 참 독하고 아프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녹록치가 않다. 시작부터 삶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거침없이 던지다가도 애당초 인간의 고민이란 것은 답이 없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체념을 하기도 하는 작가는 1980년생이다. 그러니까, 그 자신도 극중 인물처럼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청춘이란 얘기다. 그래서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파랗게 날이 서있다. 애써 어른인 척 하느라 무뎌진 가슴에 한 줄기 상처를 낸다. 독으로 병을 다스리는 극약처방처럼 잠들어있던 세포 하나 하나를 일깨워 읽는 이의 삶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든다. 나는 행복한가. 정말 이대로도 괜찮을까.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화책을 읽다가 눈물을 철철 흘려본 것이 얼마만이더라. 초등학생 때 <캔디 캔디>를 읽고, 중학생 때 <상남 2인조>를 읽고 울어버린 후로
처음인 듯하니 실로 오랜만이다. 쩍쩍 갈라터진 가슴을 한 여인의 눈에서 눈물을 쏙 뽑아낸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기쁜 소식을 알린다.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인공 메이코로 분한다. 기타를 쥐고 <소라닌>을 열창할 미야자키 아오이라. 이미 울 준비는 되어있다.

글.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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