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미니홈피는 더 이상 결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이들이 미니홈피에 올린 글과 사진은 연예매체, 혹은 네티즌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캡쳐되어 인터넷 게시판을 떠돌거나 뉴스로 만들어진다.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해도 무수한 사본들은 남아있게 마련이다. 이를 통해 어떤 연예인은 점수를 깎이고 어떤 연예인은 ‘훈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는 항상 연애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누군가는 뭘 해도 웃기다는 말을 듣는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활용 방식을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았다.

언젠가부터 ‘미니홈피=허세’라는 등식이 널리 자리한 데는 연예인들의 힘이 컸다. 뛰어난 파파라치가 촬영해 헌정한 듯한 사진, 모니터에서 감수성이 뚝뚝 묻어날 듯한 글, 대중을 의식한 듯 의식하지 않은 듯한 멘트 등이 그 필수요소다. 특히 지난 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선탠을 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 한가로이 누워 있노라면 더불어 앙드레 가뇽의 연주까지 함께라면 더 이상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르망에서의 레이싱은 나에게 너무나 큰 흥분감을 안겨주었고 파리에서의 와인은 나를 은은하게 만들어주었다…(중략) 그리고 알 수 없는 예술적 아우라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도시..” 등 특유의 문장들로 MBC <무한도전>의 자막에 패러디되기까지 한 장근석과, “매일 누군가 내 모습을 찍었더라면 난 아마 숨이 막혔을 거야. 그래서 하나님은 나를 할리우드가 아닌 서울에서 태어나게 하셨다”를 비롯해 “정말 알코올이란 것에는 탈출구를 찾지 못해 내 안에서만 꿈틀대며 떠돌던 그 무엇을 내 몸 밖으로 토해낼 수 있게끔 확 끌어 잡아당겨버리는 그런 갈고리 같은, 내 자신도 모르게 나와 나의 의식을 지배해버리는 그런 마법의 힘이 정말 있는 걸까” 등의 명언을 남긴 려원, ‘눈물셀카’와 말줄임표 잦은 자작시를 남긴 구혜선이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사적인 공간으로 존재하는 미니홈피는 때때로 공식 기자회견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4월 말 씨야의 멤버 남규리는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와의 전속계약 논란에 관해 “피하는 것도 아니고 감추는 것도 아니다. 계약기간은 끝이 났고, 그냥 자유로워졌을 뿐이야” 라는 우회적인 글로 심경을 밝혔다. 또한 그는 “악마와 손잡는 게 싫었을 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돈에 얽히고 얽매이는 인생이 그 또한 하기 싫었을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지만 이후 분쟁이 가속화되며 미니홈피를 닫았다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의 글을 새롭게 남겼다. 그 밖에 일본 활동에서의 ‘한국 비하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조혜련은 “일본에선 외국인이다 보니 언어, 문화의 차이로 표현방식에서 오해가 생길수도 있을 겁니다. (중략) 저는 한국 사람이고 내 나라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내 나라에 대해 비하까지 해가며 방송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라는 해명의 글을 올렸고, 원더걸스의 멤버 유빈은 ‘요즘 살이 많이 쪘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 어린 게시물에 대해 “전 지금 완벽히는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 트렌드인 마른 체형도 전 좋지만~~지금의 적당하고 건강한 제 모습이 좋습니다!!” 라는 입장을 밝히며 “아무리 굴욕사진과 캡쳐가 재밌지만~~~(저희도 엽기사진은 재밌어요~ㅋㅋㅋㅋ)너무 여자로써 보기 민망한 사진은 자제해주세요~~그냥 모자란 저의 소견입니다… 크하하핫” 이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

이건 읽으라는 것도 아니고 읽지 말라는 것도 아니여~ 특정인을 지칭하지도 않고 명확한 주제에 대해 말하지도 않지만 미니홈피에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방식도 있다. 피겨 스케이트를 배우는 리얼리티쇼 Mnet <아이스 프린세스>에 출연 중인 솔비는 5월 22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솔직히 말하께….연예인이라는 거 이런 거였으면..그냥 나도 다른 사람처럼 좋은 모습만 보이고…내 모습을 조금 더 감추고 숨길걸 그랬나봐… (중략) 나도 연예인이기 전에 내가 너무 소중해…내가 그렇게 강해보였나.. 모든 걸 이길 수 있을 만큼….하지만..나도 다른 이들하고 똑같아…. 나를 잡아줄래..? 갑자기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가기 전에….” 라는 장문의 글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을 향한 우회적인 서운함을 드러냈다. 최근 6년째 연애 중인 가수 세븐과의 커플 사진이 유출되었던 박한별은 “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 많이 힘들다. (중략) 좋은 여자로 산다는 건 참 많이 어렵고, 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 많이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으며 지난 해 10월 차기작과 관련한 루머와 비판에 시달렸던 윤은혜 역시 “촬영 스케줄로 인했던 시상식 소식..잘못된 작품 이야기..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왜 내가 팬들한테 대중한테 등 돌리고 실망을 준 배우가 되어야하나..하루아침에 난 문화를 무시하고 내 멋대로 하는 이기적이고 무심한 배우가 되어 있어야하나..난 어떻게 또 웃어넘겨야하나..이 먼 타국에서도 인터넷이란 매체의 끈을 놓지 못하고 예민해진다.” 라는 장문의 글로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때로 미니홈피에서는 예기치 못한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2005년 방송인 안선영이 진재영의 미니홈피에 ‘말다툼했던 내용에 대해 사과하라’며 남겼던 적나라한 분노의 글은 방명록 ‘비밀이야’ 체크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계기였고, 가수 주석은 자신이 일일 DJ를 맡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에 드렁큰 타이거의 멤버 타이거 JK가 “주석이 진행하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데 대한 비난의 글을 남겼다. 이는 일종의 ‘디스’로 간주되어 양쪽의 팬들 및 네티즌들 사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리쌍의 멤버 개리와 길은 주석에게 “우린 끝까지 참았다. 하지만 이젠 갈 데까지 갔다”는 글로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결국 주석이 타이거 JK를 찾아가 사과하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과문을 올리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미니홈피의 파급력이 지금보다는 적었을 때 발생한 이런 사건들에 비해 지난해 “연기에 대한 욕심도 없고 열정도 없다”는 비난의 리플을 단 시청자에게 “이런 식의 비판은 참을 수가 없네요. 제가 연기의 대한 열정이 없다니요, 제가 인기만 따진다니요!! (중략) 정말 어떤 분인지 한번 뵙고 싶네여. 저를 만나주시겠어여??”라는 리플을 달자마자 ‘현피(온라인상에서 일어난 다툼이나 분쟁이 비화되어 분쟁의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직접 만나 물리적 충돌을 벌이는 일)예슬’ 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예슬이나 2008년 3월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음을 밝히고 이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미니홈피 주소를 공개해 논란을 빚은 원타임의 멤버 송백경은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캡쳐되는 미니홈피의 무서움을 톡톡히 겪은 케이스다. 한편 이 사건 이후 미니홈피를 폐쇄했던 송백경은 작년 여름 광우병 파동이 한창일 때 “소가 넘어갔다. 소가 넘어가니 소는 운다”는 글과 함께 배경음악을 소 울음소리로 바꾸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고를 치지 않아도, 충격 고백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삼각대를 휴대해 다니며 찍은 듯 샤방한 셀카가 없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유세윤과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의 미니홈피가 대표적이다. 자신과 개그맨 동료들의 코믹한 사진과 재치 있는 멘트로 화제가 되었던 유세윤의 미니홈피는 ‘장동민은 쇼핑쟁이’라는 제목의 사진 아래 “롯데백화점에서 이것저것 살펴본 뒤 거평프레야에서 산다” 라는 문구, 버스에서 찍은 사진에는 “우린 날라리니까 뒷자리” 등 무심한 듯 시크한 한 마디를 올려놓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2인조 밴드 ‘닥터피쉬’와 유일한 팬 양상국이 텅 빈 야구장에 서 있는 사진을 올려놓고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이렇게 모두가 하나가 된 공연이 있었을까 온 몸에 전율이 왔었던…다들 조심히 돌아가셨죠?”라는 ‘뻔뻔한’ 멘트를 남기기도 했던 그의 미니홈피는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는 닫혀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는 보기 드물게 미니홈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희철의 미니홈피는 ‘천.상.천.하.희.철.독.존.미.모.작.렬’ 이라는 메뉴 명에서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희범이’의 시점에서 자신을 가리켜 “얘 키우느라 힘들다 진짜. 새벽에 촬영보내고 밥도 지 혼자 못해요. 진짜 웃긴 거 말해줄까? 지가 주인인 줄 알어 ㅋㅋㅋㅋ” 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고 수염 기른 사진과 함께 “연기를 하려면 이런저런 별 거 다해봐야지 ㅋㅋ아이돌 김희철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은 소망?”이라는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던 그의 현재 미니홈피 첫 화면은 최근 SBS <절친노트>에서 여장을 하고 ‘희시카’라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모습이 당당히 장식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미니홈피가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의 장으로 뚜렷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2008년 여름 미국산 광우병 의심소 수입 문제가 국민적으로 비판 여론에 휩싸이면서부터다. 김민선은 “지금 매스미디어가 광우병에 대해 이렇게 잠잠하단 것이 난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략)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글을 남겼다가 보수단체로부터 인신공격 수준의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이준기는 경찰의 촛불시위 과격 진압에 대해 “이 나라의 국민들이, 웬만해서는 들고 일어나지 않는 국민들이 바보 같은 국정에도 참고 힘든 생계를 유지하며 한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버텨가던 그들이 무엇인가 참을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신문고를 두드리다 못해 거리로 나서 들리지도 않을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고양이 ‘희범이’와의 가상대화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던 김희철은 미니홈피의 BGM 리스트에 ‘소 울음소리’ ‘Cowbay’ ‘세상은 요지경’ 등의 올려놓기도 했으며 자신의 미니홈피에 ‘FTA’ 폴더를 만들어 광우병 문제를 다룬 기사를 올려놓았던 김혜수를 비롯해 김혜성, 세븐, 김상혁, 하리수 등 수많은 연예인들도 직간접적인 표현으로 의견을 드러냈다. 불규칙한 스케줄과 공공장소에 쉽게 나서기 어려운 직업적 특성상 연예인들의 미니홈피를 통한 발언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도 박보영, 이준기, 조권, 황현희, 안영미, 이하늘 등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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