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M.net 밤 11시 29일까지 공중파 방송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을 자제하기로 했다. 웃고 떠들 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솔직히 고운 것을 봐도, 밝은 것은 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온종일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고, 부끄럽지 않게 생업을 이어가는 것은 큰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닉쿤이 출연한 <스캔들>의 후편을 추천하는 마음은 무겁지만, 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심지어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고 하더라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꿈꾸고, 설레고,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위해 그렇게 힘드셨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불만제로> MBC 저녁 6시 50분
하늘이 벌이라도 내리는지 벌써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여름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그렇지 않아도 힘들기만 한 민심을 더욱 답답하게 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더워도 등교를 해야 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음료는 한여름의 필수품이다. 그 얼음 위생이 충격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면, 심지어 그 얼음이 녹은 물을 마시는 빨대 역시 세균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찜질방에 들어 앉아 있어도 등골이 서늘해 질만한 소식 아닌가. 음용 식수 기준, 일반 세균이 170배 이상 발견되는 얼음과 “빨대를 씹어 먹으라고 만든 건 아니니” 빨대 소독에 무신경해도 괜찮다는 업주는 <소비자 고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당신이 커피와 콜라를 산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생생한 공포라면, 납량특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극한직업> EBS 밤10시 40분
어떤 직업은 너무나 고전적이라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대장장이는 전래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거나, 혹은 게임 속 캐릭터로나 접할 수 있는 직업일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도 섭씨 2500도가 넘는 불과 싸우며 단단한 쇠를 제 마음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담금질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번기를 앞 둔 지금은 대장간이 가장 바쁜 시기로, 대장장이들은 하루에 수백개의 농기구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가 하면 서울의 대장간에는 건축자제와 인테리어 소품, 사극에 쓰이는 소품들을 만들기 위해 연일 땀흘리는 대장장이들이 있다. 이제 그들은 단순히 더위와 싸우는 노동꾼이 아니라 전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무형문화제들인 셈이다. 이열치열, 더위 속에서 불꽃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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