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KBS1 밤 10시
KBS <남자이야기>에서 김신 패거리와 채도우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맞수지만 적어도 한 가지에선 동일하다. 최고급 수트를 입은 채도우나 청바지 입고 어슬렁거리는 김신, 양쪽 모두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굴려 돈을 번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투자에 드는 노력이 기사 마감보다 쉽다는 건 아니다. 단지 육체적 활동으로 어떤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과거 방식의 노동과는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판의 큰 손들이 움직이면 멀쩡하게 노동해서 생산물을 만들어내던 회사가 사라지기도 한다. 소위 ‘작전’이라 불리는 투기세력의 활동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정부의 감시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지 <추적 60분>에서 짚고 넘어간다. 오직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대차대조표와 그래프, 돈의 액수만이 남고 실제 생산 현장과 사람들의 삶은 지워지는 이 세계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섹스 앤 더 시티 : 풀 패키지> OCN 밤 9시
얼마 전 만난 한 여성채널 편성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죠? 아직도 <섹스 앤 더 시티>는 틀었다 하면 시청률이 나와요.” 솔직히 신기하다. 시즌 6도 모자라 극장판으로까지 만들어져 상영되고, 그 극장판마저 TV에서 수 없이 방영됐는데도 아직까지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라니.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연속 편성된 <섹스 앤 더 시티 : 풀 패키지>는 이렇게 이 시리즈의 저력이 신기한 사람이나, 그 신기함을 만들어내는 마니아 모두를 위한 선물 보따리가 될 것 같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섹스 앤 더 시티> 스페셜을 비롯해 미스터 빅과 캐리의 재회를 그린 시즌 6 마지막 에피소드와 극장판 등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들 캐릭터의 조합과 관계가 아직 낯선 초심자라면 새벽 2시 반부터 방영되는 를 집중해서 보기 바란다.

<추격자> 채널 CGV 밤 10시
누군가는 배우 하정우를 재발견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김윤석이 귀엽게 나온 배를 이끌고 영화 내내 뛰며 흘리는 땀방울에 섹시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혹 누군가는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이후 가장 경이로운 데뷔작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 <추격자>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면서도 회자되지 않은 존재가 있으니, 다름 아닌 서울이란 도시다. 미로처럼 엮인 골목길과 비오는 도심의 풍경은 그야말로 고담시의 ‘포스’와 맞먹을 정도다. 죄 많은 도시의 음울한 이미지와 비교할 때 부패한 공직자의 모습은 차라리 귀여울 정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장르물이 한국에 정착하는 법에 대한 탁월한 예시기도 하다. 사이코, 형사, 추격전이라는 수사물의 문법이 철저히 한국적인 질감 속에서 표현될 때 이 무시무시한 사건은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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