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다. 대화를 하다가도 어느새 자기 안의 누군가와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갈구와 불안으로 반성에 반성을 거듭한다. 아마도 그런 부분이 남들과 다른 지금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 주 ‘저스트 10미닛’의 주인공은 KBS <개그콘서트> ‘뿌레땅뿌르국’, ‘봉숭아학당’의 출연 중인 ‘끊임없이 회개하는’ 박영진이다.

당신은 천재 같다.
박영진:
오해다. 그건 니 생각이고~

하하. 표정이 늘 진지한데.
박영진:
어린 시절 개인적인 문제도 있고 내 자신이 심각한 걸 감추기 위해 남을 웃기기 시작했다. 내가 웃어서 괜찮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웃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게 행복했고. 원래는 근심걱정이 많아서 절대로 웃지 않는다.

개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박영진:
대입 때 시험을 본 연극영화과에 다 떨어지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예전 이휘재 선배가 FD 생활을 하시다가 방송국에 입성하신 게 생각나서 무작정 방송기술과에 입학했다. 거기서 박성광을 만났는데 학교에 없던 개그동아리를 갑자기 만들더니 들어오려면 자기한테 면접을 보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너 왜 면접에 안 왔어? 너 떨어진 거다”라는 거다. 그땐 기분 나빠서 안 한다고 말했다가 후회하고, 그 다음날 찾아가서 면접을 봤다. 수년에 걸쳐 시험에 낙방도 하고 대학로 생활도 거쳐서 KBS공채 개그맨이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코너 ‘뿌레땅 뿌르국’은 방송이 됐다 안 됐다하는 건 왜 그런가?
박영진:
잘 가다가도 한 주라도 재미없으면 어쩔 수 없다. 공개코미디는 현장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저번 주에 안 나간 건 김기열 씨가 사고가 있어서 그랬던 거지만 그전 주는 정말 재미가 없어서 통편집 된 거다. 지금까지 총3번 통편집 되었다.

지금까지 봐오던 코너들과 굉장히 다른 구성인데.
박영진:
사실 날 제외한 3명과 작가님이 이미 구성을 하신 거였는데 4차원적인 캐릭터가 필요해서 물색하다가 내가 뽑힌 거다. 밥숟가락만 얹었다 할 수 있지. 뭔가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주는 느낌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 거 같다.

봉숭아 학당에서 허경환 씨와 호흡은?
박영진:
6개월 넘게 그 친구를 비난하는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 내심 미안하기도 하고 계속 그러다보니 개그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정말 이제 다른 걸 해야지 하는데 얼마 전부턴 노래까지 만들어 나왔다… 어떡해야 하나?

몇 주 전 인터뷰에서 허경환 씨는 “사투리 개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박영진:
무슨! 표준어를 안 배우겠다는 거다. 노력을 안 하겠단 거지… 통영 사투리만 쓸려하고 말이다.

미니홈피에 있는 ‘키호테즘’은 좌우명인가?
박영진:
걸어 놓은 지 오래 되서 인터뷰 때마다 물어보는데 바꿔야 될 거 같다. 고집이 세서 우기는 걸 잘한다. 고집과 아집의 개념을 오가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 했던 게 ‘박대박’이었다.

“그건 니 생각이고~”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파도치는 듯한 독특한 말투가 있다.
박영진:
말만 다른 거지 둘 다 똑같은 얘기다. 유행이 안 되서 걱정이다. 아직 스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을 거고. 다양한 표현으로 웃음을 줘야하는데 내가 나오는 코너는 늘 똑같은 박영진만 보이는 거 같아서 고민이다.

왜 이렇게 진지한가? 편하게 해도 된다.
박영진:
원래 무겁다는 얘기를 잘 듣는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장점인 사람과는 달리 나는 염세적이다. 100가지의 장점을 보는 게 아니고 1가지의 단점을 보는 성격이다.

동기들이 큰 활약 중이다.
박영진:
박지선, 허경환, 박성광, 송준근. 그 친구들의 장점을 보며 많이 배운다. 늘 그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내가 항상 옆에 있음을 일부러 인식시킨다. 먼저 잘되면 나 좀 챙겨달란 식으로.

쉬는 날은 뭐하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해 보인다.
박영진:
술을 마셔도 집에서 혼자 마시는 성격이다. 어제는 회의를 하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허경환에게 맥주나 한 잔하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별 수 있나 혼자 마셔야지.

‘뿌레땅 뿌르국’에선 대통령인데, 박영진에게 대통령이란 뭔가?
박영진:
공기. 사람이 공기 없이 살수 없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또 심각해진다. 앞으로 포부는?
박영진:
허경환이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란 말이야” 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렇다. 잘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글ㆍ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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