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발매한 부활의 1집 타이틀은 였다. 그리고 2009년 현재 그들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가 되어버린 한국 록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진 대국민 캠페인 ‘IT`s TIME TO ROCK’의 선두에 서서 25년 전의 마음 그대로 ‘록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외치고 있다. <10 아시아>와 엠넷미디어가 함께 진행하는 ‘IT`s TIME TO ROCK’ 릴레이 인터뷰의 첫 주자로 부활의 김태원을 선택한 건 그래서다. 최근 방송 때문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25년 동안 부활을 이끌어온 큰 형님 김태원의 식지 않은 로커로서의 열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5월 30일이 ‘Time To Rock Festival’이다. 오늘도 <샴페인> 녹화가 있는 걸로 아는데 합주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

김태원:
최근 들어 행사가 많기 때문에 멤버들과 합주 연습은 자주 하는 편이다. 4월에 소극장에서 단독 공연도 했었고, 5월 30일 공연 이후에도 25주년 기념 공연이 있기 때문에 연습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곡 목록은 정했나.

김태원:
26개 팀이 10시간 동안 공연하는 걸로 아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배정되는 건 아니니까 부활 히트곡들로 채워야지.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같은 곡들로.

“요즘 인기 있다는 장기하나 요조는 그저 특이한 정도”



김태원│“진짜, 음악에 미쳐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굉장히 다양한 시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들인데 현재 보컬이 다 소화할 수 있을까.

김태원:
물론이다. (정)동하가 우리 팀에 있었던 게 벌써 4년인데. 다 소화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정동하는 역대 부활 멤버 중 가장 어린 멤버다.

김태원:
그런 거 별로 못 느낀다. 나부터 사람 나이 따져서 서열 매기는 성격이 아니고, 다른 멤버들도 성격이 부드럽기 때문에 나이 차로 불편한 일은 없다.

그럼 최근에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후배 록밴드와의 관계도 편하겠다.

김태원:
홍대에 록음악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데 솔직히 내가 밖에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클럽에 직접 가서 들은 적은 없다. 또 정확히 말해 음악 장르에 따라 사람을 사귀는 건 아니다. 그런 것도 일종의 편견이니까. 다만 워낙에 사람을 굳이 만나는 성격이 아니니 이런저런 페스티벌에서 만난 후배 정도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게 거의 크라잉넛처럼 록 하는 후배들인 거지.

그럼 개인적 관계를 떠나 어떤 후배가 흥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나.

김태원:
우선 서태지는 굉장히 우수하다. 그의 음악이 어떤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의 음악이 우리나라에서 획기적 역할을 했다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거다. 넥스트도 실험적인 하드록을 했던 것 같고,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 같은 친구들의 경우 나름의 개성으로 록음악을 찾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 것 같다. 요즘 인기 있다는 장기하나 요조 같은 젊은 친구들 이름은 TV에서 가끔 들어봤고, 특이하고 좋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냥 그 정도다.

원래 요즘 음악은 잘 안 듣는 편인가. 창작의 순수성을 위해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잘 안 듣는단 얘기도 들었는데.

김태원:
그런 편이다. 내가 음악하기 전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던 밴드들은 레드제플린, 딥퍼플, 캔자스, 레인보우 같은 70년대 밴드들이다. 그 이후 음악활동 하며 들은 것도 잉베이 맘스틴, 도켄 등 80년대 전반기 뮤지션들이다. 아무래도 헤비한 것보다는 서정적인 게 강한 사람들이지. 특히 레드제플린 같은 밴드들은.

사실 부활이 동시대 시나위나 백두산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바로 그 서정성이다.

김태원:
그것이 부활이 해온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요와 록의 중간지대의 음악을 했다는 것. 가요를 듣던 사람이 갑자기 록에 관심을 가지고 넘어올 수는 없다. 그 때 가교역할을 해주는 음악이 필요하고 부활이 25년 동안 그런 역할을 했다.

“목숨을 걸 정도로 음악을 사랑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김태원│“진짜, 음악에 미쳐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집 ‘인형의 부활’ 같은 헤비한 리프와 속주는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아 좀 아쉽다. 그것도 큰 매력이었는데.

김태원:
그 땐 그룹 별로 ‘누가 누가 더 빨리 치나’ 그런 경쟁이 있었다. 그 시기에 잉베이 맘스틴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혁신적인 속주를 들려주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속주가 굉장히 유행이었고, 속주를 해야 이 팀이 연주를 잘한다는 식의 인정도 받을 수 있었다. 대신 그러 걸 하면서도 부활의 타이틀곡은 서정적인 매력이 있는 음악으로 가는 거지. 우리를 알리는 게 목적이니까. 그게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25년 동안 정상의 밴드로 있었다. 그 시간동안 록의 부흥과 부침 모두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시기의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나.

김태원:
나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다.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음악에 미쳤을 뿐, 안 된다고 그만둔 적도 없고 힘들다고 포기한 적도 없다. 그러니 어떤 시기가 내게 좋았다고 할 수 없다. 데뷔 후 25년 동안 행복했다. 그 때 느낀 것들이 아픔이든 슬픔이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25년 동안 활동할 수 있다.

현재 음악 하는 후배들에게 하는 선배의 충고로도 손색이 없다.

김태원: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후배들에게 얘기하자면 요즘 일회용 물건이 많은데, 음악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한 몇 년 하다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없어야 한다. 겉멋 들어서 음악보단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걸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겠다는 강한 각오가 있어야 그나마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있다. 그러면 언젠가 인기는 따라오게 돼있다. 인기나 돈을 먼저 바라보고 움직이면 성공하기 어렵다, 진짜. 음악에 미쳐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록음악은 특히 밴드로 움직이는 협업인데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친 선배로서 그 부분에 있어서도 얘기해줄 부분이 있겠다.

김태원:
누구 한 명의 멤버의 이득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밴드가 될 수 없다. 사실 80년대에 여러 록밴드가 있었지만 누가 무너뜨린 게 아니라 스스로 붕괴한 거다. 보컬이 나가거나 그런 식으로. 우리 후배들은 그걸 본보기로 해서 멤버끼리 강한 유대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좀 유명해졌다고 들뜨기보단 같이 고생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음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음악하며 항상 행복했다고 했지만 현재 록을 비롯한 대중음악 전체의 음반시장 붕괴는 확실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김태원:
앨범은 이제 의미가 없다. 2006년 <사랑> 앨범을 냈지만 작곡가로서 10곡 넘게 만들어 넣어봤자 듣지도 않는다. 사실 그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틀곡만 들고 앨범 전체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 게 곪아가면서 현재에 이른 거라고 본다. 오히려 어쩌면 타이틀곡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지금이 더 편해진 거 같다. 그런 의미로 부활도 이번에 싱글을 낼 거다.

그럼 이제 완결성을 갖춘 앨범을 위한 앨범은 내지 않을 건가.

김태원:
의미가 없다. 현재 판을 사서 듣는 사람이 있나? 김건모 앨범도 1, 2만 장 팔린다는데. 에너지 소모고, 돈 낭비다. 그렇지 않나. 어차피 음반이 백만 장씩 나가는 시대도 아니고 아티스트가 음반을 내는 건 아직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거다. 그럴 거면 싱글 몇 개 하고 그걸 모아서 판매 목적이 아닌 기념앨범을 멋있게 꾸며서 한정 프레스로 찍는 게 나을 거 같다.

“공연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발표회가 아니다”



김태원│“진짜, 음악에 미쳐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과거 록도 즐겨듣고 음반도 사던, 부활과 함께 나이 먹은 세대가 너무 잠잠한 느낌도 있다.

김태원:
그게 시대의 흐름인 걸 어떡하나. 그렇다고 음악 하는 사람이 데모를 할 수도 없는 거고. 사람들이 싱글을 좋아하고 그걸 들으면 싱글 시장 가야하는 거다. 그런 식으로 맞춰서 가야지 우리가 주장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않나. 또 시장이 이렇게 된 것에는 듣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 90년대 들어서며 너무 상업적으로만 갔던 시기가 있지 않았나. 댄스만 만들어지고, 다방면의 음악이 형성되지 못하고. 일종의 공범인 셈이고, 그 부작용이 지금 일어나는 거다.

시장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록이란 비주류 장르를 좀 더 주류의 담론으로 이끌어 오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 방송에 자주 나오며 부활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김태원: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무리라고 느끼지 않게 자연스레 접근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거고. 백두산의 (유)현상이 형과 같이 나오는 것도 일종의 시도다. 이제 현상이 형은 버라이어티 쪽에 조금씩 섭외되고 있고, 덕분에 백두산도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 식으로 번져나가는 거다.

릴레이 인터뷰 공통 질문을 하겠다. 김태원 인생의 BGM은 무엇인가?

김태원: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이다. 5집 <불의 발견>에서 연주곡인 ‘불의 발견Ⅰ’ 테마로 쓰기도 했는데 난 내 인생을 그 음악처럼 만들고 싶다.

두 번째 질문, 로커의 멋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김태원:
자기 최면이다. 나 같은 경우 무대 바깥에선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선 달라야 한다. 적어도 관객에게 티켓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느낌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한다.

공통 질문 마지막이다. 김태원에게 록이란?

김태원:
중독이다. 일반 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중독성이 록엔 있다. 록키드일 때 듣던 70년대의 음악을 지금 다시 들어도 그 때 그 감동이 느껴진다.

‘Time To Rock Festival’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공연 최고 형님인데 동생들에게 이번 공연준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태원:
단순히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발표회가 되선 안 된다. 단순히 음악을 많이 연주하는데 만족하지 말고, 피킹 하나 쵸킹 하나를 하더라도 혼을 불사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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