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 호러 영화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베트남 여성으로 눈에 띄었다. 원조교제를 하는 10대 여고생을 연기했다. 태권도, 합기도, 무에타이를 배웠고, 하루 종일 만 출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은 TV 카메라 앞에서도 다 하고, 그래서 욕도 먹을 만큼 먹는다. 하지만 어쨌건 감독들은 끊임없이 그를 캐스팅한다. 이젠 칸도 갔다. 그리고 스물 셋이다. 대체 이 여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서지혜 : 김옥빈의 데뷔작 <여고괴담>과 MBC <오버 더 레인보우> 등에 함께 출연, 여전히 우정을 나누는 배우. 김옥빈은 홈페이지 콘테스트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다 네이버의 ‘얼짱 콘테스트’ 배너를 보고 사진을 보냈다 1등을 하면서 연예계에 데뷔, 얼마 안 돼 많은 배우들도전한 <여고괴담> 오디션참여, 주연을 따냈다. 김옥빈은 얼짱 콘테스트에서는 막춤을 춘 뒤 발차기를 보여주는 상반된 모습으로, 1박 2일 동안 있었던 <여고괴담> 최종 오디션에서는 “신나게 놀다가 심각해지는 모습”으로 심사위원의 눈에 들었다. 김옥빈은 그 전까지는 경찰행정학과를 지원하고 싶었다고.

김고운 : 김옥빈의 동생. MBC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김옥빈의 아역으로 출연, 외모와 유전의 상관관계를 증명했다. 김고운은 <오버 더 레인보우> 출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김옥빈의 동생으로 유명했다. 김옥빈의 사진은 데뷔 전부터 인터넷에 퍼져 지금도 다양한 자료들이 돌아다닌다. 10대 시절부터 기획사의 관리를 받은 아이돌 스타와 달리 과거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의 연예인인 셈.

지영수 :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감독. 김옥빈은 오디션에서 1시간 사이에 1~2회 대본을 모두 외워 지영수 감독을 놀라게 했다. 김옥빈은 초등학교 때 IQ가 141로, 양손을 똑같이 능숙하게 쓸 수 있고, 체스가 취미다. 또한 10대 시절부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와 순천대학교 사진과 여학생들의 모델로 서면서 번 돈으로 1천여 장의 CD를 샀고, 태권도, 합기도, 무에타이, 컴퓨터바이크에 능하다. 얼굴은 얼짱인데 머리 좋고 운동 잘하는데다 기술까지 가졌으며, 잡지에서 사람들의 눈, 코, 입을 따로 잘라 붙여서 모으는 4차원적인 취미도 가진 만화 주인공 같은 연예인의 탄생. 이는 김옥빈이 데뷔 전까지 인터넷 활동을 한 것과 맞물려 인터넷에서 10~20대에게 인기를 얻도록 만들었다.

이원종 : 김옥빈과 SBS <하노이 신부>, SBS <쩐의 전쟁>의 ‘보너스 라운드’, 영화 <다세포 소녀>와 <1724 기방난동사건>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옥빈은 <1724 기방난동사건> 촬영 당시 “무언가 고민하고 있으면 (이원종 선배님이) 슬며시 다가와 한마디 툭 던지고 사라지곤 하셨다. 그러면 곧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원종의 원 포인트 레슨과 별개로 김옥빈의 연기는 데뷔 후 크게 늘지 않았다. 최근작인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도, 김옥빈은 이정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신에서 어색한 발음과 발성, 감정의 톤을 잡지 못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김옥빈은 일상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약점을 가진 반면, MBC <오버 더 레인보우>와 <1724 기방난동사건>처럼 춤과 액션등 다른 연기자들이 하기 어려운 연기에 강점을 갖는다. 특히 <하노이 신부>는 베트남 여성이라는 설정이 김옥빈의 연기력 문제를 가리면서 그의 외모는 더욱 부각시켰고, 빠른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진 장점도 살려 신인 시절 김옥빈의 인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유재석 : 김옥빈이 “첫 만남에서 식사 후 계산할 때 할인카드를 쓰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던 MBC <놀러와>의 MC. 에서 김옥빈의 발언은 개인의 취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김옥빈의 인기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인터넷의 정서와 반하는 그의 언행은 지지 기반을 흔들어 놓은 셈이었다. 이 발언과 함께 MKMF 시상식 당시 보여준 어설픈 진행으로 김옥빈의 안티는 급증했다. 그러나 김옥빈은 데뷔 전까지 연기 수업 한 번 받지 않았고, 그의 매력은 그가 데뷔 전 배웠던 춤과 무술, 인터넷에 뿌려진 사진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만큼 연예인으로 다듬어질 틈이 없었던 김옥빈이 이런 사건을 겪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김옥빈은 “(사람들의) 평가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릇없고 싸가지 없다? 그런 모습을 내가 보였기 때문에 그런 평가도 나온 거다. 하지만 나쁜 점을 가리고 내보이지 않기 위해 포장하거나 조심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니 뎁 : 할리우드 최고의 매력남 중 하나. 김옥빈의 이상형으로, 김옥빈은 그의 자유로운 모습이 좋다고. 김옥빈은 실제로 굉장히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출연 당시 정신 지체 장애를 갖고 있다 수술을 받아 단 하루 동안 천재가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다음날 죽어도 하루 동안 수술 받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고 말했고, 자신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것에 대해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 “난 당당히 실업계 출신이랍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신인 시절의 ‘백문 백답’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예쁜 사랑 하시길”이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여균동 : <1724 기방난동사건>의 감독. “여자 캐릭터이니 만큼 한복 입은 뒤태가 예뻐야 하고, 총명함과 색기를 겸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김옥빈을 캐스팅했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김옥빈에게는 그의 방향을 제시한 작품. 김옥빈은 디테일한 연기 보다는 강렬한 이미지가 빛나는 기생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1724 기방난동사건>의 기생이든, <박쥐>의 태주든 김옥빈은 프로페셔널한 연기 보다는 그가 원래 가지고 있는 존재감을 보여줄 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매력적이다. 김옥빈 역시 “예쁜 사람은 너무나 많다. 나는 김태희, 전지현 씨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다. 어차피 참한 맏딸이나 청순가련한 캐릭터로 써 줄 것 같지는 않으니 하고 싶은 것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김옥빈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여주인공이라고.

박찬욱 : 영화 <박쥐>의 감독. 김옥빈이 연기한 태주는 영화의 원작 <테레즈 라캥>의 ‘테레즈’에서 따온 이름으로, 김옥빈은 태주를 통해 타임지로부터 “채털리 부인과 맥베스 부인을 한데 섞어놓은 듯한 매력적인 여인상을 연기”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김옥빈의 “덜 다듬어진 에너지가 좋았다”던 박찬욱은 그의 말대로 김옥빈의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김옥빈의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는 오히려 불안한 소녀 같은 태주를 연기하는데 적격이었고, 운동으로 다져진 김옥빈의 다리는 맨발로 신나게 한 밤 중의 거리를 달렸다. <박쥐>는 모든 사람들이 김옥빈에게 기대했던 무엇을 현실화 시킨 첫 번째 작품일 것이다. 김옥빈은 <박쥐> 이후 “연기하면서 멈칫했던 순간이 있는데 그게 사라졌다.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그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김옥빈이 <박쥐> 이후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는다는 보장은 없다. 마치 들고양이 같은 이 배우의 매력을 끌어낼 만큼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가진 작품은 많이 제작되지 않는다. 김옥빈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옥빈은 이제 스물셋이고, “세상 모든 시나리오가 내 것이 됐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욕심도 많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깨지고 성장하다 보면 감독들은 다시 그의 존재감을 찾을 것이고, 그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고, 사람을 길들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배우의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Who is next
김옥빈과 네 작품에 함께 출연한 이원종과 KBS 의 ‘불량아빠 클럽’에 출연한 이경규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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