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토피아> 시네마TV 저녁 6시 주머니 속의 내 친구 ‘다마고치’처럼 이제 그의 이름도 아련한 추억이 되려는 걸까. <프리즌 브레이크>의 시리즈 종료가 결정되고 마지막 에피소드의 스틸사진까지 공개된 마당에 ‘석호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와 야무지게 일자로 다문 입술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다면 오늘 방송되는 <다이노토피아>는 필수 시청 아이템이 되겠다. 제임스 거니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웬트워스 밀러는 비행 중 돌풍을 만나 우연히 공룡들이 살고 있는 신비의 성으로 가게 되는 주인공을 연기한다. 무려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동안 갓 서른이 된 웬트워스 밀러의 앳된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공룡들과의 아기자기한 모험담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미취학 남자 조카가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시청해도 좋겠다. 4시간 동안 조용히 공룡과 조우하는 어린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평화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탁재훈, 김구라의 비행기> SBS 밤 11시 15분
어느 날 갑자기 김태원과 같은 예능 늦둥이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결정하는 일은 정해진 인물들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의 문제다. 이를테면 용병술에 해당되는 일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탁재훈과 김구라의 조합은 어떠한가. 지난 4월 <10 아시아>의 포커스 기사에 따르면 탁재훈은 다소 안일한 태도가 염려되기는 하나 적절한 환경을 만났을 때 탁월한 입담을 발휘 할 수 있는 인물이며 김구라는 메인 진행자로서의 자질은 의심스럽지만 전문적이며 독한 입담에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입담’에 관한한 누구보다 뛰어난 두 사람이 9명의 연예인 법사위원들과 함께 국민들이 바라는 법을 제정하는 새로운 토크쇼 <비행기>의 진행을 맡았다. 오늘 파일럿 방송의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이 고려된다고 하니, 두 진행자는 배수의 진을 치고 화광동진의 자세로 프로그램과의 융화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오늘의 게스트에는 김준과 구하라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두 진행자의 독설에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더 스테이지> MTV 밤 12시 50분
개그맨 정범균과의 인터뷰 중 미공개 대목을 하나 밝히자면, 그는 “학벌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실력과 얼굴로만 승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개그 무대가 좋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조차 때로는 뛰어난 학벌로 부족한 실력을 가리고 있으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오히려 뛰어난 학벌 때문에 여러 가지 잡음에 휘말려 오히려 손해를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스탠포드라는 이력을 가리고 봐도 타블로는 분명 자유롭고 영리한 뮤지션이며, 그와 함께 하고 있는 미쓰라는 뛰어난 감수성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래퍼다. 이들을 온전히 음악으로만 만나고 싶은 팬들이라면 오늘 밤 MTV를 사수하자. 이 무대를 위해 특별히 초빙된 비트박스 뮤지션들과 함께 백퍼센트 라이브 무대를 꾸민 에픽하이와의 한 시간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참, 오늘 방송에는 당연히 DJ투컷츠도 출연한다. 그의 ‘time is tickin’이 없는 ‘1분 1초’는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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