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박건형, 김법래, 민영기, 이정열, 손광업, 배해선, 백민정, 김소현. 열거하기만으로도 숨이 벅찬 이 조합은 뮤지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게 가능한가”라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던 ‘꿈의 조합’이다. 공연 전 화려한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주목한 뮤지컬 <삼총사>(Three Musketeers)가 5월 12일부터 6월 2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첫 공연을 5시간 앞두고 열린 이번 프레스콜에서는 유준상이 총알도 칼로 튕겨내는 ‘전설의 검객’ 아토스를, 박건형이 어수룩해서 귀여운 달타냥을, 파워풀한 목소리의 이정열이 추기경을, 배해선이 눈 밑의 점 대신 어깨에 백합낙인을 찍고 복수를 자행하는 밀라디로 등장했다.

‘남자의 로망’인 총사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달타냥(엄기준, 박건형)은 아름다운 도시 파리의 거리에서 삼총사의 수장격인 아토스(신성우, 유준상), 오페라 가수 출신의 로맨티스트 아라미스(민영기), 허풍으로 가득찬 포르토스(김법래)를 우연히 만나 결투를 신청한다. 그 후 결투를 앞두고 만난 네 사람은 추기경의 근위병들과 시비 끝에 함께 싸우게 되고, 이를 계기로 달타냥은 삼총사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프랑스 소설가 뒤마의 <삼총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기본줄기로 하여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와 반전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전설’이 아닌 ‘남자’에 찍히는 방점

이 작품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자의 전설이 부활한다’는 뮤지컬 <삼총사>의 카피문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설’이 아니라 ‘남자’다. 우선 공연이 시작되기 4개월 전인 1월부터 펜싱연습을 시작했다는 유준상의 말처럼, 이 작품에는 남자들 특유의 땀 냄새 가득한 결투신이 준비되어 있다. 다른 많은 작품 속에서 등장했던 결투신이 ‘싸움’이 아닌 일반 ‘안무’처럼 보였던 것과는 달리, <삼총사> 안의 결투신은 실제 검술을 보는듯한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검술 외에도 파워풀하고 선 굵은 뮤지컬 넘버와 유들유들하면서도 어수룩한 달타냥이나 절대 웃지 않는 아토스의 섬세한 연기들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많은 장면에서는 무대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액자마냥 갇혀있는 ‘남자의 판타지’가 넘친다. 한 남자를 파멸에까지 몰고 가게 만든 사랑 때문에 그 누구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아라미스는 ‘로맨스’의 판타지를, 왕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사랑하는 이의 아버지를 죽음에까지 몰고 간 아토스는 ‘충성’의 판타지를, ‘하나를 위한 모두’라고 외치는 충사단의 구호는 ‘의리’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또한, 충사단의 이야기가 기본줄기인만큼 마냥 밝게만 보이는 달타냥의 연인 콘스탄스나 복수를 꿈꿨지만 결국 사랑을 선택한 여간첩 밀라디 캐릭터의 이야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러 차례 ‘용감한 바보’ 달타냥이 외치는 “정의는 비록 감춰져 있을지라도 반드시 살아있다”는 대사는 ‘정의’나 ‘의리’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얕아진 오늘날,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대라는 곳과의 심리적 거리가 먼 남성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해 그들을 무대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듯하다.

사진제공_엠뮤지컬컴퍼니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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