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 예쁘다. 몸매도 좋다. 데뷔하자마자 인기 남성 스타들과 출연할 수 있었다. 하는 작품마다 잘 됐다. 하지만, 쉽게 얻은 몸매가 아니다. 쉽게 출연한 작품이 아니다. 쉽게 얻은 인기가 아니다. 타고난 것처럼 보였던 모든 것의 뒤에 있었던 한 연예인의 노력. 그리고 그 다음.

박진영 : 제작을 겸하고 있는 타고난 딴따라. 김아중은 중학교 시절부터 박진영의 팬으로, 김아중은 당시 박진영에게 팬레터까지 보낼 정도였다. 김아중은 이후 박진영의 책 <미안해> 재출간 당시 “JYP라는 브랜드에게는 항상 예상할 수 없지만 무척 기대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며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김아중은 학창시절 “9시 뉴스멘트에 맞춰, 설거지 소리에도 박자를 맞춰 춤을 출 수 있다”고 할 만큼 춤추는 걸 좋아했고, 가수가 되기 위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성룡 : 중국의 슈퍼스타. 김아중이 가수가 되기 위해 들어간 제작사가 바로 성룡이 투자했던 회사. 당시 김아중의 소속사는 김아중을 성룡이 추진하는 ‘한중일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데뷔시키려 했었다고. 김아중은 홍콩에서는 성룡과, 일본에서는 고무라 데츠야와 만났고, 자신이 노래를 녹음하던 스튜디오 부스 옆에서 보아가 노래를 녹음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대로 데뷔했다면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의 뜻대로 ‘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지도. 그러나 김아중의 소속사는 부도가 났고, 김아중은 다시 몇 년 동안 데뷔를 준비한다.

: 김아중이 데뷔하자마자 함께 방송을 했던 톱스타. 김아중은 MBC <심심풀이-러브서바이벌 두근두근>에서 비, 현빈의 파트너로 출연하며 순식간에 여러 개의 안티 카페가 생기는 대신 인지도도 높였다. 하지만 김아중이 연예계에 데뷔하며 시선을 모았던 것은 데뷔 전 연습했던 춤과 노래를 선보인 CF였으니 그저 외모만으로 데뷔했다고는 할 수 없을 듯. 당시 김아중은 자신에 대한 관심에 대해 “그냥 TV에 자주 나오니까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아진 거지 인기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장정순 : 예술제본 장정가. 김아중은 영화 에서 북 아티스트를 연기하기 위해 그에게 제본 기술을 사사 받았다. 김아중이 영화에서 책을 복원하는 모습은 모두 김아중이 직접 연기한 것. 또한 KBS 에서는 장보고의 호위무사를 하기 위해 남자 연기자들이 받는 메이크업을 한 채로 몇 달 동안 액션 연기를 했다. 그리고 이 작품들로 한창 주가가 오른 뒤에는 KBS 일일드라마 에 출연해 혼전 임신을 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자신의 외모를 강조하며 이미지를 가꾸기 보다는 몸을 혹사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등 자신의 외모를 더 강조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를 더한 셈. 김아중은 출연을 결정한 것에 대해 “나는 모험을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출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유재석 : 오락 프로그램의 NO.1 MC. 김아중과 KBS <해피투게더>를 진행했다. 김아중은 <해피투게더>가 동시간대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시청률을 계속 앞지르자 유재석이 “우리와 상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말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해피투게더>에서 김아중은 종종 예상을 깨는 멘트로 프로그램의 양념 역할을 했고, <미녀는 괴로워> 개봉 당시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 <놀러와>에서 야동을 본 것에 대해 말하고, SBS <야심만만>에서는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노래에 대해 “요즘은 기계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사생활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했다. 김아중은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동남아중’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에 대해 “오히려 강점일 수 있다. 광고주가 그러는데 내가 한국사람 같지 않아서 좋다고 하더라”라고 응수하고, <미녀는 괴로워> 출연 당시에는 “(성형 수술을 소재로 한 것에 대해) 부담은 없다. 다만 영화 홍보를 위해 실제 내가 성형을 했다고 할 수도, 전혀 안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뷔 초부터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에 대해 말했을 정도. 또한 김아중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로 하승남의 ‘골통 시리즈’를 꼽기도 했다.

김용화 : <미녀는 괴로워>의 감독. 김용화 감독은 김아중이 주진모와 함께 집에 있는 신을 찍을 때 “이 대사가 끝나면 주진모가 당신을 끌어안도록 하라”하는 식으로 연기를 지도했고, 촬영이 끝난 뒤에는 김아중을 “어른스럽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큰 배우”라고 할 만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미녀는 괴로워>는 김아중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 김아중은 가수 데뷔를 준비했을 당시 소속사의 요구에 따라 매일 아침 4km를 달리고, 줄넘기를 3천개씩 하면서 몸무게를 13kg 감량했었고, 당시 연습했던 노래 실력은 ‘Maria’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계속 그 시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던 김아중이 도달한 첫 번째 정점.

이해영 : 영화감독.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했고, 투자 문제로 제작이 연기된 영화 <29년>의 감독. <천하장사 마돈나>는 김아중이 꼽은 ‘2006년 가장 좋았던 세 편의 영화’ 중 하나고(나머지 둘은 <가족의 탄생><달콤살벌한 연인>), <29년>은 <미녀는 괴로워> 이후 김아중이 선택한 작품. 또한 김아중은 데뷔 당시 “여성주의 영화를 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영화로 <바그다드 까페>, <베로니카>를 꼽았고, <몬스터>에 출연한 샤를리즈 테론과 MBC <아일랜드>의 김민정이 했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미녀는 괴로워> 출연 뒤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며 “고통의 질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양은 똑같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그런 것처럼 영화를 보면서 나도 내가 안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과 좋아하는 작품의 차이가 큰 셈. 김아중이 언젠가는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까.

황정민 : 김아중과 KBS <그저 바라만 보다가>에 출연한 배우. <그저 바라만 보다가>에서 김아중이 연기하는 한지수는 여러 부분에서 김아중의 현재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지수는 김아중 같은 톱스타이고, 사생활은 끊임없이 언론의 추적을 받으며, <미녀는 괴로워>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 한지수의 모습은 김아중에게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줄넘기를 3천개씩 하며 자기 관리를 했고, 그 몸매를 가진 뒤에는 춤과 노래를 배웠으며, 다시 위험부담이 큰 배역들에 도전했다. 그리고 톱스타가 된 지금 그는 보다 다양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해야할 때가 됐다. 김아중은 <그저 바라만 보다가>의 제작 발표회에서 “나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면 재능이 발견되기도 할 것 같다. 끝까지 노력해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미녀’가 그렇게 살 수 있기를.

Who is next
김아중이 출연한 영화 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에 출연한 이정재와 에 출연한 김옥빈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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