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 축구 같은 대중적 스포츠와 달리 골프의 관중은 갤러리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공격을 하건 수비를 하건 열렬하게 응원하면 최고지만, 골프의 경우엔 선수가 정신을 가다듬고 스윙을 하는 순간엔 응원과 사진촬영은커녕 숨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 예의다. 그것이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태도와 같다 해서 골프 관중을 갤러리라 따로 부르는 것이다. 한 타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에 어울리는 독특한 응원 문화인 셈인데 이 용어엔 골프의 특성 뿐 아니라 미술 관람은 조용하고 품위 있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옥외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2009 미술관 봄 나들이 미술관 습격사건’展은 옆의 지인과 마음껏 작품의 성격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다. 제목 그대로 소풍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인데 이미연의 ‘FeelthePanda’나 김예솔의 ‘Tea Time’처럼 귀여운 작업이나 위영일의 ‘Complexman’처럼 위트 있는 작품은 미술관 바깥의 구석구석 적절한 공간에 배치되어 하나의 풍경처럼 기능한다. 때문에 예쁜 나무나 아기자기한 돌담을 발견했을 때처럼 마음 편히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를 정말 봄 나들이로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은 5월의 햇살이다. 그 안에서는 미술품도 관람객도,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해제한다. 진정한 감상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서울거리아티스트>
많은 사람들이 고급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로 돈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갤러리 감상만큼 돈이 안 들거나 적게 드는 문화생활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문제는 돈이 아닌 공간이다. 인사동에 있는 수많은 갤러리를 보면서도 괜히 쭈뼛거리며 문턱을 넘지 못하는 건 그 공간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이번 ‘미술관 습격사건’展 같은 야외 전시가 필요한 법인데, 이런 공간적 거부감에서 가장 자유로운 장소는 역시 거리다. 특별한 준비 필요 없이 볼만한 서울거리아티스트의 공연이 5월 10일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끝난 후에도 청계천에서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니 마실 나가듯 슬쩍 들러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바스키아>
1996년│감독 줄리앙 슈나벨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는 아마 앤디 워홀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아티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의 예술은 피카소, 그리고 앤디 워홀과도 전혀 다른 지점에 서있다. 특히 앤디 워홀의 경우 가볍고 대중적인 미술로서의 팝아트를 선보였지만 사실 그의 팝아트야말로 고도의 은유를 통한 진짜 파인아트다. 그에 반해 바스키아는 거리 낙서로 시작한 진정한 의미의 팝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낙서는 엄숙한 표정 지을 필요 없이 거리에서 낄낄대며 보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바스키아 그림의 위대함이 감소하는 건 결코 아니다. 27세에 요절한 이 천재 화가가 만약 다시 거리로 돌아와 자유롭게 낙서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방식 역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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