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살 수 밖에 없었다. 정통 ‘로크’ 그룹 부활의 ‘골든’ 1집이라니! 워크맨 세대인 나는 고풍스러운 LP나 음질 좋은 CD, 휴대가 편한 MP3보다 카세트테이프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장르와 뮤지션 별로 CD가 잔뜩 진열된 대형 음반매장을 볼 때보다 아직도 테이프를, 그것도 서울음반이나 지구레코드 시절 나온 음반들이 남아있는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음반 가게를 볼 때 더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곳에서 먼지 쌓인 제이슨 베커의 이나 알 디 메올라의 , 사바타지의 같은 음반을 ‘득템’하게 된다면 더더욱. 이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콜렉터의 자부심을 충족시킬 또 하나의 테이프를 구매하게 되었으니 현재 예능 끝둥이로 자리 잡은 김태원의 밴드 부활의 1집 앨범이다.

이미 많은 음악평론가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 음반, 분명 걸작이다. 미니 컴포넌트로 듣는 ‘희야’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처절함은 블랙홀의 ‘깊은 밤의 서정곡’과 함께 역대 최고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MP3로 김태원의 송라이팅과 이승철 목소리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대에 그것도 MP3보다 음질에서 우월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테이프를 구매하는 건 음악 외적인 부분 때문일 것이다. 앨범 재킷의 촌스러움도 촌스러움이지만 기타를 이용한 ‘희야’의 종소리를 ‘마이클 쉥커도 성공하지 못한 연주’라고, ‘인형의 부활’의 해머링 속주를 ‘메트로놈의 한계에 도전’이라 표현하는 앨범 내지의 허세 가득한 소개 글은 정말 백미다. 게다가 음반 마지막의 건전가요 ‘시장에 가면’의 상큼한 마무리까지 듣고 나면 누구라도 4500원 주고 산 이 테이프를 ‘레어 아이템’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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