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특히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에 한정 짓는다면 뛰어난 실력이 가장 우선임은 분명하다. <종합병원2>의 최진상(차태현) 선생처럼 환자와의 라뽀(rapport : 환자와 의사와의 심리적 신뢰관계) 역시 중요한 덕목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그 의사와 관계된 환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확률 100%를 자랑하는 신의 가호가 따르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의사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지난 4월 11일 첫방송 된 TBS 토요 드라마 <갓 핸드 테루>는 이처럼 절대적인 천운을 타고 난 외과 의사 마히가시 테루(히라오카 유타)의 이야기다.

신의 손을 가슴에 간직한 남자

<갓 핸드 테루>는 야마마토 카즈키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원작은 지금까지 모두 44권이 발매되었는데 누계 판매 부수가 650만 부에 이르는 인기작이다. <갓 핸드 테루>는 많은 일본 의학 드라마들이 그러하듯이 천재 외과의가 주인공인데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은 마히가시 테루의 경우 객관적으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하기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벙이 테루’라고 불릴 만큼 평소엔 어리바리하고 실수투성이다. 간단한 수술도 몇 시간이나 걸리고 주사 바늘 하나 제대로 꽂지 못한다. 이런 테루가 새로 근무하게 된 야스다 기념 병원은 ‘발할라(Valhalla)’라 불리는 곳이다. ‘발할라’는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궁전으로 ‘신들이 거처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야스다 병원이 ‘발할라’라 불리는 이유는 그 자신이 외과의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원장 야스다 쥰지(와타베 아츠로)가 세계 최고의 수술실, 최고 명의들의 거성을 목표로 만든 병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들만 있다는 이 병원에 ‘어벙이 테루’가 어떻게 오게 된 걸까? 테루는 실력보다 더 귀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의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테루와 관계된 환자는 어떤 중환자라 하더라도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단순한 우연이라 하기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와 마주하는 외과의에게 기적 같은 일이다. 야스다 원장은 테루의 이런 천운에 큰 기대를 하고 그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이런 천운은 바로 테루의 가슴에 새겨진 손 바닥 모양의 멍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테루의 아버지인 마히가시 코스케는 ‘갓 핸드(신의 손)’라 불린 전설의 외과의였으나 18년 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테루였다. 코스케는 의식을 잃은 테루에게 심장 마사지를 해 그를 살렸는데 그 때 남은 손자국이 아직도 테루의 몸에 남아 있다.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리고 이 손자국이 바로 천재 의사 테루를 설명하는 열쇠다. 평소에는 평범한, 아니 실수투성이 의사지만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가슴의 멍 자국이 빛을 내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 환자의 목숨을 구한다. 마치 아버지 코스케의 영혼이 빙의 되기라도 한 듯 말이다. 이처럼 <갓 핸드 테루>는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판타지적 요소와 의학 드라마로서의 현실감 사이에서 연출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일반적인 연속 드라마의 절반 정도인 6부작 속에 원작 만화의 방대한 스토리를 담아내기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결국 <갓 핸드 테루>는 스토리가 지나치게 빨리 전개되는 데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기대보다 아쉬운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갓 핸드 테루>를 보는 데는 무엇보다 주인공 테루 역을 맡은 히라오카 유타의 공이 크다. 같은 천재 외과의라는 점에서 <의룡>을 떠올리는 시청자들에게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괜찮은 캐스팅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1분기 방송된 <키이나 불가능 범죄 수사관>에서도 그랬지만 히라오카 유타는 멀쩡해 보이는 외모(실제로 그는 꽃미남 스타들의 등용문인 ‘쥬논 슈퍼 보이 콘테스트’ 그랑프리 수상자다)와 달리 어리바리하고, 무엇보다 선한 마음과 굳은 심지를 가진 인물에 참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비록 첫 연속드라마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갓 핸드 테루>는 다소 아쉽지만 히라오카 유카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