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걸스> MBC 에브리원 밤 11시 5분
<무한걸스>는 제목에서부터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임을 숨기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공인 받은 아류라는 것은 어떤 기획을 해도 그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과연 <무한도전>이 안 한 미션은 무엇인가?’가 기획 단계부터 중요해진 지금,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이 걸었던 길을 같이 걸어도 된다는 최고의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다. 이번 ‘매니저 되다’ 편도 그렇다. 이미 <무한도전>에서 도전했던 분야지만 매니저 황보가 정가은 인터뷰 주선을 위해 신문사를 찾고, 송은이가 김신영을 보좌하다 자기 스케줄 때문에 줄행랑을 치는 모습은 베끼기 논쟁에서 자유롭다. 중요한 건 그렇게 따라 해서 얼마나 재밌게 만드느냐다. 따라하는 건 용서가 되도 재미가 없으면 용서되지 않는 곳이 바로 예능의 세계니까.

<유희열의 스케치북> KBS2 밤 12시 15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첫 회부터 ‘뻥’ 터졌다. <10 아시아>의 카투니스트들도 그의 탁월한 유머‘아이돌 간지’에 찬양을 보내고 있다. 오랜 시간 라디오 DJ로 다져온 그의 내공은 말하자면 동굴 속에서 구양신공을 익히고 강호에 출두한 <의천도룡기> 장무기에 필적한다. 아니,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떠올리면 <신조협려>의 양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엄정화를 비롯한 이번 주의 출연진의 내공도 만만치 않은데 특히 달변에 있어선 지지 않을 김장훈과 예능 늦둥이 윤종신의 협공 앞에서 과연 ‘혈님’의 대응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물론 강호의 세계에는 미모의 여고수도 있는 법. 펄 스타킹과 걸쭉한 입담으로 유희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오지은 소저의 비무도 이번 주 <스케치북>에서 기대되는 부분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SBS 밤 9시 55분
KBS가 공개 코미디 <개그 콘서트>의 대세를 유지하며 <코미디쇼 희희낙락>을 통해 비공개 코미디의 형식 실험을 하고 있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면 MBC와 SBS의 간판 공개 코미디들은 너무 오랜 시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 <웃찾사>는 조금 기대해볼만하다. 최근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유혹적인 그녀인 <아내의 유혹>의 하늘, 오영실 아나운서가 <웃찾사> 최고의 프랜차이즈 ‘웅이 아버지’에서 왕눈이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역시 깜짝 등장할 강재, 최준용의 활약도 기대되는 부분. 물론 ‘게스트빨’로 버티는 예능 프로그램은 진통제로 연명하는 병든 몸과 다름없다. 하지만 때론 소비가 경제를 살리는 것처럼 시청자의 관심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이렇게라도 관심을 끄는 <웃찾사>의 노력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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