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의 승부를 일컬어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된 각본과 70% 이상의 사전 제작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는 ‘진짜 드라마’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만화가로서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황미나가 극본에 참가하여 주목 받고 있는 MBC <2009 외인구단>의 제작 발표회가 2009년 4월 27일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김완태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MBC 드라마국 이재근 부장과 연출을 맡은 송창수 감독, 윤태영, 김민정, 박성민, 송아영을 비롯해 유니폼을 갖춰 입은 ‘외인구단 멤버들’이 참석했으며 드라마 제작에 참가한 허구연 해설위원과 최익성 전 프로야구 선수 역시 자리를 함께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2개월간 사전 촬영된 경기 장면에 CG작업까지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생생한 경기 장면이다. <2009 외인구단>은 사전 촬영된 야구 경기 장면에 CG작업을 더해 보다 실감나는 승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더해 송창수 감독이 “윤태영이 몸을 너무 사리지 않는 점이 불만이었다. ‘너는 선수가 아니라 배우야’라고 몇 번이나 말해 할 만큼 정말 열심히 해주었다”고 말할 정도로 훈련과 촬영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작품의 박진감에 큰 몫을 하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로서 <2009 외인구단>에 전반적으로 드러난 감성은 20여 년 전 발표된 원작 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운명적인 사랑이다. 엄지를 사이에 둔 두 남자 주인공의 대립과 엄지의 동생 현지의 짝사랑이 러브라인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또한 송창수 감독은 “우리 드라마의 인물들은 주류사회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마음속의 열정과 에너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그 과정 자체가 성공이라고 본다”며 ‘외인구단’ 멤버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성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눈팔지 않고 몰입해 준 것만으로도 드라마의 완성도에 “100점 만점에 98점”을 주고 싶다는 송창수 감독의 소회가 시청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5월 2일 밤 10시 40분에 확인할 수 있다.

야구와 사랑에 목숨을 건 남자 오혜성, 윤태영
지난 26일, 윤태영은 SK과 히어로즈의 경기에 시구자로 등장해 115km의 구속을 선보였다. 연예인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본인이 이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그가 지난 1년여간 실제 야구선수와 다름없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연상시키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156km를 넘나드는 구속을 자랑하는’ 오혜성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다는 윤태영은 촬영 틈틈이 ‘까치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뿌려야 할 만큼 극에 몰입하고 있다. 불굴의 투지로 야구의 화신이 된 남자이자, 첫사랑을 끝내 잊지 못하는 순정의 상징인 오혜성이 어떤 모습으로 새로이 탄생할지, 많은 것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대역이 없어 2개월 정도 야구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경기 장면을 찍었다. 슬라이딩도 직접 하다 보니 찢어져서 버린 야구복만 열 벌이 넘는다.”

어긋난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 최엄지, 김민정
순정의 상징과도 같은 엄지는 야구 코치의 딸로서, 오혜성에게 야구라는 새로운 문을 열어 준 주인공이자 그를 사랑의 고통으로 인도한 장본인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마냥 여성스럽고 정적인 인물이었던 최엄지가 <2009 외인구단>에서는 보다 해맑고 씩씩한 인물로 재탄생 된다. 학교도 다니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동대문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의 엄지는 사랑의 중심축이되 남자들에게 흔들리기만 하는 그림 같은 존재를 탈피한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해석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동안 <뉴하트>나 <작전>에서 딱딱하고 정형화된 역할을 주로 선보여 왔다. 작품 속에서 많이 웃을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게 되어 기쁘다. 감독님이 원작만화를 보지 말라고 하셔서 새로운 엄지를 창조했다. 기대해 달라”

처음으로 패배를 맛본 야구천재 마동탁, 박성민
주인공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그의 라이벌을 강력한 인물로 설정하는 것이다. 중학생시절부터 야구에 관한 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온 마동탁은 최고의 타자로, 그의 사전에 패배란 없다. 그러나 오혜성의 등장으로 그는 선수 생활에 위기를 겪는 것은 물론, 애정 전선에도 큰 위협을 겪게 된다. 마동탁 역을 맡은 박성민은 연신 “저만 잘하면 된다”는 대답으로 겸손함을 나타냈으나 야구의 문외한이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야구 선수를 방불케 하는 실력을 쌓는 집념을 보여줘 큰 기대를 갖게 했다. “배우가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준비하는 과정은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 힘들 때마다 카리스마로 이끌어 준 윤태영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바라만 보는 사랑으로 가슴 아픈 최현지, 송아영
최엄지의 동생인 최현지는 <2009 외인구단>이 각색을 통해 새롭게 창조한 인물. 어린 시절 부터 오혜성을 짝사랑해 왔으며, 언니와 그의 애달픈 사랑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멈출 수 없어 괴로워한다. 결국 그녀는 아나운서로 성장해, 오혜성의 경기를 함께 하며 그를 응원하게 된다. “신인인데 생각보다 큰 역할, 좋은 역할 맡게 되어 영광이다. 워낙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현지는 일편단심으로 지고지순하게 오혜성을 사랑하는 인물로 순수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시청자들도 그런 현지의 모습을 보고 동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혜성오빠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있다.”

관전포인트
WBC 이후 야구가 국민적인 인기를 회복하고 있으며, 야구 선수들이 CF모델로 활약하는가 하면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야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09 외인구단>의 소재 선정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20여 년 전의 작품을 리메이크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불안 요소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송창수 감독은 “지금의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을 어떻게 캐릭터와 상황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대본과 배우들과의 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나름의 해결책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공개된 방영분에 포함된 “난 니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등의 시대착오적인 대사는 여전히 <외인구단>의 2009년 버전이 얼마나 현대적일 수 있는가에 의문을 품게 한다. 새롭게 신설되는 주말 저녁의 드라마라는 핸디캡과 다수의 신인 배우들에 대한 부담을 안고 출발하는 드라마가 과연 얼마나 원작의 미덕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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