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묻는다. “너는 무엇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는 대답한다. “Wow~”

만화를 다시 시작하기 전, 1년차 교사였던 겨울 방학. 약간은 무료했던 삶에 눈보라(Blizzard)와 함께 내 앞에 등장한 게임이 있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친한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그 게임은 그 해 겨울을 뜨겁게 달구어 버렸다.
게임 폐인의 하루는 놀라울 만큼 단순해졌다. 게임-밥(먹으면서 게임)-잠-게임-밥(먹으면서 게임)-잠-의 무한 반복.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만날 때도 빨리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서 와우해야지…라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다. 또 게임 속 퀘스트를 수행하다 잠이 올 때면 그 말을 떠올리며 참고 이겨냈다. ‘니 렙에 잠이 오냐?’

물론 개학과 함께 나의 뜨거움은 눈 녹듯 사라졌고, 식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헤비 유저들 과의 경쟁에서 라이트 유저는 도태될 수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아하고 재밌는 게임이라도 석 달이상 진득하게 한 적이 없는 나의 싫증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만화를 그리고 있는 요즘, 게임 대신 포토샵을 붙잡고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자면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나의 늘씬했던 나이트 엘프 도적이 검은 호랑이를 타고 아제로스를 뛰어다니던 아름다웠던 그 시절이…

글. 신선생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