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_ 부지영
주연_ 신민아, 공효진
개봉_ 2009.04.23

여동생이 하나 있다. 그 녀석과 나는 이름도 생김새도 참으로 자매답게 비슷하지만 실상 공통점이 별로 없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어찌 보면 친한 친구보다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 지도 모르는 자매라는 관계. 그저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지면 아 연애를 하는구나, 부쩍 짜증이 늘고 주말에도 방에서 비비적거리고 있으면 음 헤어졌군, 몇 십 년 같이 산 눈치로 서로에 대한 정보를 포맷하는 그다지 달달하지 않은 사이다. 세상 대부분의 자매들처럼.

영화 속 명주(공효진)와 명은(신민아)도 그렇다. 영주가 생선가게에서 다방 커피로 아침을 여는 사이, 명은은 갓 내린 원두커피로 출근을 시작한다. 그들의 공통분모는 어머니가 같다는 것뿐. 아버지도 다른 자매는 가깝기가 더욱 힘들다. 그런 둘이 사라진 명은의 아버지를 찾으러 함께 여행을 떠난다. 당연히 싸우고, 짜증내고,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되새기는 여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둘은 자매라는 테두리 안을 빙빙 도는 핀볼처럼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음을 확인한다.

부지영 감독의 데뷔작은 때로는 신파로 흐르기도 있고, 충격적인 반전의 결말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정물처럼 곁에 있던 가족을 새삼 쳐다보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그저 가족이라고만 생각했던 이에게도 사연이 있고 그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소주 한 잔 놓고 그 사연을 들어보심이 어떠할지. 아니면 그가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