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적으로 생각해 보자. 최고와 최고를 더한 것에 최고를 합치면, 그 전체는 역시 최고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에서 활약이 돋보이는 최고의 수사관들을 모아서 구성한 ‘드림팀’은 과연 최고의 수사팀이 될 수 있을까. 서로의 호흡과 시너지는 차치하고, 그 능력만으로 최고의 캐릭터들을 뽑아 최강의 수사팀을 구성해 보았다. 비록 가상이지만, 밝힐 수 없는 범죄란 없을 것 같은 이들의 구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의의 기운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만약 이에 버금가는 수사 팀이 있다면 당장 한국에 초빙하자. 해결할 ‘리스트’가 적잖이 쌓여 있다.

반장 : 잭 말론
FBI 실종 수사 전문팀의 반장인 잭 말론은 직접 발로 뛰는 리더라는 점에서 최고의 수사관이다. 누구보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그는 실종자가 남긴 작은 단서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으며 급한 성격 탓에 팀원들을 닦달하기도 한다. 심지어 때로는 부하 직원들에게 ‘멍청이’라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하는데, 능글맞은 패트릭 제인(<멘탈리스트>)이나 약삭빠른 숀 스펜서(<사이크>)와 같은 인물들을 지휘하려면 그 정도의 카리스마는 필수다. 잭 말론의 이러한 성격은 사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 후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조사를 하는 대부분의 수사팀과 달리 실종자의 목숨을 구해내야만 하는 시간적 한계 아래서 수사를 벌이는 그는 한순간도 느긋할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촌각을 다퉈 자신과 팀원들을 몰아붙이지만 실상 그는 어떤 반장보다도 많은 실패를 맛 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어두운 기억과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암담한 현실은 그의 내면에 깊이를 더한다. 하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오히려 그를 실종자 개개인의 사연에 깊이 몰입하는 가장 인간적인 수사관으로 만들어 준다. 때로는 그 인간미가 지나쳐, 팀원과 애정 관계에 빠지기도 하지만(심지어 그 때문에 아내와 사이가 벌어져 버리기도 했지만) 그런 사실은 결코 잭 말론의 약점일 수 없다. ‘CSI 라스베가스’팀과 협력 수사를 할 때 길 그리섬 반장 앞에서 사내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그는 비록 완전히 당당하지는 않았을지언정 ‘한 수 위’라는 자존심에서만큼은 결코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 노련함까지 갖춘 잭 말론만큼 수사 지휘에 적합한 사람은 없다.

수석요원 : 테레사 리스본 <멘탈리스트>
가녀린 외모와 달리, 테레사 리스본은 누구보다 와일드한 수사관이다. 현장을 누비며 단서를 찾는 그녀는 사건 앞에서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는 성격이다. 때로는 그 다혈질의 성격 때문에 언제나 침착한 패트릭 제인의 페이스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테레사 리스본은 수사를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종종 정보를 완전히 공유하지 않거나, 불법으로 최면을 사용해 버리는 패트릭 제인을 견제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믿어주는 것 역시 그녀의 역할이다. 사실 언제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패트릭 제인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녀의 역할은 수사 팀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게다가 은근히 투덜거리는 것이 많은 킴볼 조나 함께 일하는 그레이스 반 펠트에 대한 연정을 도무지 숨길 수 없어 쩔쩔 매는 웨인 릭츠비와 같이 어딘가 순진하고 어설픈 구석이 있는 팀원들을 이끌어 가는 것 역시 그녀의 카리스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속 썩이는 식구들만 아니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훨씬 더 큰 활약을 할 수 있을만한 재목이다.

특수요원 : 레베카 록 <디 인사이드>
레베카 록의 가장 큰 무기는 극강의 미모다. 긴 금발에 비현실적인 체형, 게다가 촉촉한 목소리는 수사관이라는 험한 직업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현장의 끔찍한 시체에 놀라 기절을 하면서도 범인의 심리를 간파하지 못했다는 점에 분해하는 근성의 소유자인 동시에 위험을 자처할 정도로 무모한 용기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10살 때 괴한에게 납치되었다가 18개월 만에 스스로 살아 돌아온 특이한 전력이 뿜어내는 미묘하게 아슬아슬한 희생자의 아우라는 용의자들이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표하게 만들어 준다. 그녀가 속한 수사팀의 냉정한 버질 웹스터 반장은 레베카 록의 그러한 특징을 이용해 범인을 잡는 미끼로 그녀를 던져 넣기도 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목숨을 담보로 사건을 수사하는 반장에게 분노하기는커녕 더욱더 범인의 프로파일링에 매진한다. 도대체 팀원들에게 명령만 내리지 직접 하는 일은 그다지 없는 반장님이 직접 발굴하고 지도하실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그녀에게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는 것에 틀림이 없다.

오디오/비주얼 테크니션 : 페넬로페 가르시아 <크리미널 마인드>
“모든 지식의 원천입니다. 제 능력을 시험해 보세요.”라는 페넬로페 가르시아의 말은 허풍이나 능청이 아니다. 오디오/ 비주얼 테크니션이자 정보 관리자인 그녀는 현장에서 직접 단서를 수집하지는 않지만 펼쳐 놓은 십여 개의 모니터 앞에 앉아 팀원들이 모아온 단서의 조각들을 맞춰 그림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직 해커였던 그녀가 제공하는 정보들은 정확할 뿐 아니라 신속하기까지 한데, BAU 팀원들은 그녀와의 통화를 통해 자신의 프로파일링을 사건의 단서로 기능하게 만든다. 희생자들의 공통점을 찾을 때도, 용의자의 특징을 확인할 때도 BAU 팀원들은 페넬로페 가르시아를 찾는다. ‘프로파일링’이 인물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화 시켜 구축한 사건의 패턴 분석이라면, 그녀는 방대한 데이터의 책갈피를 쥐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특수요원 : 닥터 스펜서 리드 <크리미널마인드>
페넬로페 가르시아가 본부에 남아있는 컴퓨터 기술자라면, 닥터 스펜서 리드는 현장에 함께 하는 걸어 다니는 컴퓨터다. 20대에 3개의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187에 육박하는 IQ로 1분에 단어 2만개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그는 사회, 문화 방면에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확정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범인이 남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에도 탁월한 분석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영리한 대신, 현명하지 못한 그는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상한 잘난 척 증세에 빠져 있어, 심지어 초등학생에게 주어진 질문을 가로채 대답을 해 버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 스펜서 리드는 특유의 순진함과 천진난만함으로 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수사 때문에 생전 처음 뉴욕에 가 본다고 들떠있질 않나, 여자 앞에서 말을 더듬질 않나, 딱딱하고 고달픈 수사관 생활에 엉뚱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역할은 너무나 소중하다.

심리수사 전문가 : 패트릭 제인 <멘탈리스트>
패트릭 제인은 금발 곱슬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 천진난만한 미남이자, 도박으로 딴 돈을 동료들의 비싼 선물을 사는데 써버리는 착한 수사관이다. 사소한 정보들을 수집해 확실한 단서들을 만들어 내는 그는 최면에도 능해, 원하는 상대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에 탁월하다. 다만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을 위해 편법이나 불법을 저질러도 범인만 밝혀내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상관인 테레사 리스본을 종종 곤란하게 만든다. 게다가 가짜 심령술사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의 경거망동 때문에 아내와 아이가 살해당한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으므로 언제 그 트라우마가 행동으로 발현될지 알 수 없는 잠재적 불안 요소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증인 심문 상담가 : 칼 라이트만 <라이투미>
보이는 것으로 미혹한 부분을 밝힌다는 점에서 칼 라이트만 박사는 패트릭 제인과 비슷한 분야의 전문가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칼 라이트만의 방식은 보다 명쾌하다. 그가 가장 주요하게 읽어내는 증거는 사람들의 신체언어로, 상대방의 심리를 조작해 정보를 획득하는 패트릭 제인과 달리 그는 눈앞에 보이는 ‘말소리’가 아닌 메시지 그 자체를 해독함으로써 정보를 수집한다. 그래서 그의 수사 방식은 일단 용의자를 만나 “네가 죽였냐?”라고 단도직입의 질문을 던질 정도로 명료하다. 그의 몫은 질문에 반응하는 상대방의 태도나 제스추어를 포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호쾌한 쾌도난마의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경찰서 공식 심령술사 : 숀 스펜서 <사이크>
비공식 전문가로서 본인의 신분을 심령술사로 위장하고는 있지만, 숀 스펜서는 누구보다 예리한 ‘매의 눈’을 가졌다. 경찰인 아버지로부터 퍼지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기억해야만하는 수사 조기교육을 받아온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억력과 직관으로 뉴스 보도만 보고도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는 능력자다. 월등한 지식이나 요령은 없지만 수천피스 퍼즐을 한 번에 맞춰 나가듯 산발적인 정보들을 끼워 맞추는 그의 실력은 실제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만큼 대단하다. 게다가 끝도 없이 나불대는 특유의 입담은 위기 상황을 모면할 때 큰 역할을 하는데, 사실 그의 세치 혀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 하는 순간은 여자를 유혹할 때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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