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단다. 근데 이걸 어째? 녹음기를 빠뜨렸다. 부랴부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했는데 20분이나 걸렸다. 그런데도 혼자서 불평 없이 차분히 앉아있던 모습이 참 고마웠다. 죄송하단 말에 “아니에요”라며 편하게 웃어주는 모습이 오래부터 알고지낸 친구 같았다. 이번 주 주인공은 최근 KBS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국민요정 정경미다.

요즘 어떤가.
정경미
: 뭐 열심히 분장하고, 열심히 연애하고.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는 앞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이 줄줄이 쏟아질 것이다.

분장한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
정경미
: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열심히 즐기고 있다. <개그콘서트> 녹화 날만 되면 어떤 결과물의 분장이 나올지 막 설렌다. 분장이 끝나면 동료들과 기념 셀카도 찍고 대기실 복도를 막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한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그만 좀 돌아다니라고 할 정도로. 하하.

독한 분장을 많이 하면 피부나 머리에 안 좋을 텐데.
정경미
: 그런 점은 감수해야지. 특히 대머리 가발은 석유로 떼어내야 되서 할 때마다 좀 힘들긴 하다. 피부모공에 남아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려고 피부과도 다니고 있고.

개그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경미
: 허필버그(허승재)가 우리과 대표였다. 그 친구가 개그맨이 되고 나더니 경제적으로 좋아졌는지 친구들한테 맛있는 걸 많이 사더라. 그때부터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사 방송국을 돌아다니면서 개그맨 시험을 봤다. 7번 정도 떨어지고 결국에 KBS 공채 20기 개그맨이 되었다. 그때는 동기인 휘순오빠나 봉선이처럼 나오자마자 코너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나는 10개월 만에 ‘문화살롱’으로 첫 코너를 맡았다. 커피 심부름과 남는 배역 찾으며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국민요정 정경미가 너무나 익숙하다.
정경미
: 올해 서른이다. 사실 참 민망하고 김연아 선수한테 미안하고 그렇다. 이제는 길에서 사람들이 “야! 국민요정!”이라고 부르면 자연스럽게 ‘날 부르나’하며 돌아보는데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럽다.

윤형빈 씨가 잘 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정경미
: 뿌듯하다. 무명일 때부터 형빈 오빠는 “나 잘될 거야! 지켜봐줘” 하는 게 꼭 잘 될 거 같았다. 더 열심히 하게 계속 응원해줘야지.

2007년엔 으로 디지털 싱글도 냈었다. 노래 좋던데?
정경미
: 정말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그때 크게 깨달았다. 하지만 누가 또 시켜주면 해야지. 하하.

경기방송에서 <이상화 정경미의 해피타임>으로 라디오DJ도 했었다.
정경미
: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라디오DJ를 다시 하는 거라고 할 정도로.

사실 배우를 하고 싶지 않았나?
정경미
: 어릴 때 교회에서 연극을 많이 했다. 상도 자주 받고 해서 내가 잘하는 줄 알았다. 그땐 멜로 배우가 꿈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엔 쌍꺼풀도 없었다.

연극영화과를 다녔는데?
정경미
: 학교를 그다지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배우로 참여한 적은 없고 조명팀은 몇 번했다. 단체로 하는 뮤지컬 <캣츠>에 한 번 참여한 게 다인데, 그때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지금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아이디어가 되긴 했다. 진한 화장 그리고 쫄쫄이.

사실 지금까지 출연한 코너들에서 주인공이 되는 코너는 없었던 거 같다.
정경미
: 아니다. 이번 ‘분장실 강선생님’의 아이디어는 내가 짰다. 처음엔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사람들이 받게 되서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코너를 끌어올려준 선배들의 연기에 감사한다. 내 아이디어가 이렇게 사랑받는 거에 만족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정경미에게 국민요정 김연아란?
정경미
: 라이벌이자 같은 라인. 요정라인.

글ㆍ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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