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SBS 일 오후 5시 10분
‘패밀리가 떴다’에서 캐릭터는 양날의 검이다.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멤버들의 조합 속에서 발굴된 신선한 캐릭터들의 매력은 이 코너를 빠르게 예능의 권좌로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장소와 게스트의 변화만 제외하고 동일한 포맷으로 일관하는 프로그램의 한계 속에서 일찌감치 고정된 캐릭터들은 더 이상 의외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점차 평면적이고 진부한 모습만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일찍 질리는” 천희 캐릭터의 특성은 현재 모든 멤버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캐릭터가 빛을 잃은 상황에서 이미 멤버들 관계 간 경우의 수를 거의 다 사용해버린 ‘패밀리가 떴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는 이제 게스트 카드 외엔 없다. 어제 김원희의 출연은 그간 이 코너가 얼마나 캐릭터의 힘에 의존하고 있었는가를 새삼 일깨웠다. 이미 예능을 통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김원희의 캐릭터는 등장과 동시에 기존 패밀리의 권력 구도를 재편성하고 새로운 관계의 묘미를 이끌어내며 간만에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아무리 설정의 향기가 풍겨 와도, 멱살 잡힌 효리나 ‘멍 때리다’ 기습당한 예진의 표정에서 웃지 않을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김태원의 깜짝 등장 역시 얼마 전 예능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한 이 코너 나름의 돌파구였다. 미봉책에 불과할지라도 최소한 다음 주까지는 맘 편히 웃을 수 있다.
글 김선영

SBS 일 오후 4시 10분
TV에서 방송하는 가요 쇼의 의의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는 가수들의 무대를 온전히,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어제 도 대체로 그랬다.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퍼포먼스는 뮤지컬 수준이었고, 퍼포먼스와 호흡을 맞추려 애쓴 카메라워크도 돋보였다. 20% 부족한 가창력임에도 활짝 웃으며 무대를 누비는 유채영의 귀환, 노래를 떠났던 자기 자신에게 바치듯 ‘오랜만이야’를 노래하는 임창정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에너지 송’ 캠페인을 패러디로 꾸며준 한결슬옹-은찬권이-한성진운의 앙상블은 색다른 만남이기도 했다. 그런데 60분 가까운 방송이 끝나자 ‘제 노래의 주인 노릇을 못하는 가수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날 방송에서 자기 무대의 연출, 편집권을 오롯이 행사한 서태지와 비교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멜로디의 태반을 코러스로 채운 뒤 자신은 반 소절씩 띄엄띄엄 부르거나 “워” “허” 같은 애드립 아닌 애드립으로 일관하는―어제의 예를 들면 배슬기, 손담비, AJ 같은―이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가수가 멜로디를 책임지지 않는 노래, MR을 빼면 노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한 노래. 서태지처럼 무대의 왕은 못될망정 퍼포먼스를 핑계로 MR에 추임새를 넣기에 급급한 그들의 편법 라이브는 그 자신이 프로듀서의 로봇임을 고백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민망했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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