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백승현. 원래 이름은 백승욱이었는데 데뷔 후에 바꿨다. 성명학을 잠깐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내 팔자가 배우 할 운명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직접 이름을 고쳤다. 시간이 많았거든. 하하하.
1975년 3월 1일생. 생일이 삼일절이다. 늘 휴일인거지. 어릴 때는 그게 참 가슴 아픈 타이밍이었다. 봄방학의 마지막 날이니까. 그래서 생일잔치를 화려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처음에 대학에 입할 할 때는 언어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목표가 없어서 그랬는지 방황을 많이 했다. 어학연수 겸 미국으로 갔는데 그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다시 들어갔다.
SBS 공채로 같이 뽑힌 동기 중에 김형범, 도기석과 친하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좋아서>의 핫산과 <일지매>의 희봉이다.
<카인과 아벨>의 김형식 감독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형, 동생 사이다. SBS <화려한 시절>, <올인>에서 김형식 감독이 조감독을 했었고,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도 내가 김현빈 치프로 나왔으니까. 회의 하는데 불러서 갔더니 새벽 2신가 끝내고 하는 말이 “악역 해 봤냐? 한번 해 봐.” 그러더라. 그래서 나도 “네에”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은 역할이었다. 뭘 믿고 나에게 시켰는지 모르겠다. 하하.
사투리는 드라마 자문 해 주시는 탈북자로부터 배웠다. 북한은 군복무 기간이 10년이 넘으니까 군사 방언이 따로 생긴다더라. 내가 하는 사투리는 그 억양이다. 톤은 노멀하게 가면서 단어들을 된소리로 말해서 특징을 살려주면 된다. 국쭹언에서. 쮜조죽이가쏘. 이렇게.
영화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남들이 보면 재미없는 영화들을 주로 본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미셀 공드리처럼 독특하고 신선한 감독들이 좋다. 블록버스터도 종종 보고, 공포물만 아니면 다 본다. 뱀파이어 나오는 영화라고 해도 <렛미인>은 좋더라. 하드 고어만 아니면 된다.
책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몇 년 전에 이사하면서 책을 싹 정리해서 기증한 적이 있는데,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이게 모아 두면 출판사 별로 정리하는 재미가 있다. 어, 문학과 지성사가 좀 비었네! 싶으면 서점가서 그쪽 출판사 한번 훑어보고.
최근에 좋았던 작가는 파스칼 킨야르. 어렵다. 그런데 뭔가 모르게 가슴에 바람을 휘젓고 가는 글귀들이 있다. 진도는 안 나가는데 뭔가 해답을 주는 것 같고.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도 좋았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 반성도 좀 하고. 하하하.
애완동물은 안 기른다.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무슨. 하하하. 화분도 잘 죽는다. 창피한 고백이지만 산세베리아 화분도 죽인 적 있다. 후우.
장을 보면 닭가슴살을 꼭 산다. 한 덩이를 15분 동안 삶아서 바나나, 요플레, 우유를 넣고 믹서에 같이 간다. 이상할 것 같지만 그냥 바나나 셰이크 맛이다. 그게 매일 아침 식단이다.
일주일에 4,5일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운동 안하면 일어나지도 못한다. 하하. 생명 유지를 위해서 꼭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랐어도 복근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28살에 담배를 배웠다. 학교에서 연극 <유리 동물원>을 공연 했는데, 내가 맡은 톰이라는 인물이 극 중에 계속 담배를 펴야 했다. 교수님이 다 좋은데, 담배를 진짜로 피웠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들이마셨는데 그 이후로 아직 피고 있다. 그 당시에 우리 연극 연출이 과 동기 최규환이었다. 최주봉 선생님 아들.
<유리 동물원>을 하기 전에 윤종빈 감독의 단편을 찍었는데, 윤 감독이 그 연극을 보러 와서 하정우를 만났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한 자>를 같이 찍은 거지. 지금도 시간이 있으면 단편영화를 작업하려고 한다. 일 년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다.
촬영 때문에 바빴지만 WBC 결승은 봤다. 응원하는 팀은 롯데다. 특히 강민호랑 이대호를 좋아한다. 조성원도 좋아하고. 롯데 팬들은 지는 것에 익숙하다. 워낙 못하던 팀이라 지는 경기에는 상처를 받지 않는다. 지니까 야구지. 그런데 재미없는 경기는 정말 싫다. 최선을 다해서 뛰지 않는 게 보이거나 하면 진심으로 상처 받는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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