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제가요, 사실은 이번 주에 딱 서른이 되거든요. 나이만 처먹어 가지고. 저도 스무 살 때는 꿈이 많았다 이거에요. 스물다섯 살쯤에는 유학도 갔다 와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서른 살 전에는 결혼도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근데 지금은 스무 살 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 이거에요. 살만 더 찌고 얼굴에 주름만 짜글짜글하고. 니기미 씨발, 인생이 뭐 이렇게 개떡 같아요?”라고 영애씨가 말한 지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영애씨는 잠깐 연애했다가 바로 실연당했고, 있는 돈 탈탈 털어 연립 샀더니 집값은 2천만 원 떨어졌고, 회사는 합병되어 직원수첩도 못 받는 계약직 됐고,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 서른둘이 되었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니년 인생이 막장 드라마”인 데다 새로운 상사는 커피에 가래침 뱉기 따위의 단순한 복수 스킬은 통하지도 않는 강적으로 바뀐 이 팍팍한 세상. 그래서 알고 보면 경우 있고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는 영애씨에게 욕설과 육두문자를 내뱉게 하는 건 이 사회다. 친한 사람에 대한 호칭은 ‘이년아’, 동사 앞에는 굳이 접두사 ‘처’를 붙여 “먹고 자고 운다” 대신 “처먹고 처자고 처운다”고 표현하는 영애씨는 언제나 당당하게 할 말 다 하고 산다. 특히 치한이나 변태, 여자 괴롭히는 남자, 민폐 끼치는 사람, 쪼잔하고 치사한 사람에 대한 영애씨의 비판과 응징은 가차 없다. “야 이 새끼야!” “이런 씨!” “제발 기본 예의범절, 공중도덕은 지킵시다. 엉?” “사람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등 단도직입적으로 콱 들이받는 영애씨의 대범한 화법, 그러다 맨날 길에서 개싸움 벌이고 머리 뜯기는 본인은 괴롭겠지만 그래도 영애씨는 이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자 등불이다.

갈래 : 드라마, 다큐, 리얼리즘

[1점 문제]Q. 다음 중 영애씨의 별명으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1) 도라이
2) 덩어리
3) 재치쟁이
4) 센스쟁이
5) 성욕쟁이

[2점 문제]Q. 다음은 이사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녹색 어머니회에 대신 가서 교통정리 하던 영애씨와 급정거한 오토바이 주인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괄호 안에 들어갈 대사로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영애 : 야이 씨! 이봐요! 학교 앞에서는 30km 이하로 서행해야 되는 거 몰라요?
오토바이 : 아 그래서요? 사고 났어요? 안 났잖아요. 그럼 됐지 왜 시비에요? 아침부터 바빠 죽겠구만.
영애 : 뭐라구요? 허, 이 사람이 진짜 정신 못 차리네.
오토바이 : 아줌마! 아줌마 걸리적거리니까 저리 비켜요. 아 나, 재수가 없을 라니까.
영애 : ( )

1) 에이그 저 지지리 궁상!
2) 됐어요, 전 실력으로 승부할 거예요!
3) 왜요? 이번엔 또 누구한테 껄떡대시려구요?
4) 이런 씨! 척추 뼈를 반으로 갈라서 확 갈아 마셔 불랑게!
5) 야 이년아! 어디서 버럭질이야, 버럭질이!

[3점 문제]Q. 다음 영애씨의 대화 상대와 대사가 잘못 연결된 것을 고르시오.

1) 상사 – 무슨 계약을 그 따위로 해요? 디자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아요?
2) 삐끼 – 이봐요, 왜 예쁘지도 않은 사람한테 자꾸 예쁘다고 아부 떨어요?
3) 친구 – 너 월세도 못 내고 있다며 보톡스는 무슨 보톡스야. 으이그 미친 년~
4) 동생 – 꿈 깨 이년아, 너 거기 유학 갔다 오면 인생이 술술 풀릴 거 같지?
5) 동료 – 웬일이에요 짠돌이가? 이번엔 누구한테 껄떡대시려구요?

* 정답은 다음 주에 발표됩니다.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1
2점 문제 – 5
3점 문제 – 3

오답 꼼꼼 체크!
1점 문제 – 온달수의 이메일 주소를 맞추는 문제입니다. 정답은 1) mensa_ohn@goodmail.
co.kr이지만 많은 분들이 3) mensa_snu 4)mensa_ods 5)mensa_ondal 사이에서 오답을 제출하셨습니다. 그러나 첫째, 온달수에게는 snu(Seoul National University)를 자퇴했다는 아픈 기억이 있고 둘째, 보통 성(姓)의 영문 표기를 전체 이름의 이니셜보다 먼저 시도하는데 ‘온’은 희성이므로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으며 셋째, 지금은 비록 백수지만 전도유망했던 과거와 자존심이 있는 온달수가 굳이 자기를 ‘온달’이라고 칭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틀리신 분들은 그냥 매의 눈으로 3회를 복습하세요.

[실전! 고난도 말하기 전략]
* 4,5월 앞두고 갑자기 연락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야 이년아 넌 뭐 십년 동안 전화 한 통 없더니 결혼한다고 전화질이냐?

* “김 여사, 집에 가서 솥뚜껑 운전이나 해!”라며 욕먹을 때
야, 나 인생에 미련 없는 년이거든? 열 받아 확 박아버릴까 보다! 이런 삐익-

*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막 잡아갈 때
우리가 이런 꼴 보자고 개처럼 일해서 세금 내는 줄 알아요? 허, 참 기가 막혀서!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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