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SBS 일 저녁 5:10
<패밀리가 떴다>는 웬만한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길다. 게다가 잠자리 순위 결정전, 두어 차례의 게임, 식사준비 등 몇 안 되는 코너를 가지고 두 주를 버텨야 한다.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지난 10개월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회를 거듭할수록 다져져야 할 시트콤과 리얼 버라이어티의 필수인 멤버 간의 화학작용이 오히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멤버들이 모여 밥하고 게임하는 것에서 볼 것이 하나도 없어졌고, 그 돌파구를 게스트에서만 찾고 있다. 어제도 예전 게스트들이 기존 멤버들에게 적응하려던 것과는 달리 잠자리 순위선정에서 아침식사 준비까지 게스트인 황정민을 중심으로 조립되었다. 이것은 황정민의 예능감이 좋아서거나, 그의 스타성이 높아서 제작진이 밀어준 것이 아니다. 점점 이 포맷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의 방증이다. 그 와중에 그 동안 자신만의 롤을 부여받았던 김계모, 천데렐라, 덤앤더머, 달콤살벌한 예진 아씨 등의 캐릭터는 푹 쉬었다. 간헐적으로 ‘몰카’와 같은 장치들도 있었지만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방영시간을 유지하며 새로움을 찾기란 너무나 버거워 보인다.
글 김교석

<개그콘서트> KBS2 일 저녁 9:55
일요일 밤을 꾸준히 <개그콘서트>와 함께해 온 성실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대박이다 싶은 코너는 딱 감이 온다. 최근에는 웃다가 명치끝이 아리기까지 했던 ‘분장실의 강선생님’ 첫 회가 그랬다. 물론 오래 전의 ‘누렁이’처럼 어쩐지 나와 개그의 코드가 맞는 몇몇만 열광할 것 같은 코너들도 있다. 29일,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가 될 것 같은 코너 하나가 시작됐다. 29일 처음으로 방영된 ‘뿌레땅 뿌르국’은 어리숙한 표정의 김기열이 표류하다 무인도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그 섬은 무인도가 아니라 인구 3인의 엄연한 국가 ‘뿌레땅 뿌르국’! 그런데 그 나라의 대통령(박영진)이 영 남 같지가 않다. 인사라며 친하다는 표시로 처음 본 사람에게 따귀를 날리다가, 국민이 자기를 때리니 대통령과 국민은 친하면 안 된다며 정색을 한다. 대통령이 경찰청장도 됐다가, 사채업자까지 되는 모습을 보니 슬슬 어디서 본 것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총 4인의 투표자에게서 3표를 얻어 재임이 된 대통령은 국민들과 친해지겠다며 따귀를 또 때린다. 그러다 국민들이 같이 때리자 다시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며 싸워대는 모습이라니… 정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대통령 아닌가? ‘박대박’에서 특유의 궤변을 늘어놓던 박영진과, 상대 연기자가 누구든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기열‘신’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이들의 호흡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뿌레땅 뿌르국’의 국가를 정색하면서 부르는 국민 3인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런데 하나 걱정이 있다면… 이 코너, 다음 주에도 볼 수 있을까?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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