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선수권 대회의 시상식은 시상식이 아니었다. 여왕의 즉위식이었다. 여자 싱글 사상 최초의 200점 획득이라니. 이제 김연아가 할 일은 골프선수 미셸 위처럼 남자들과 맞장 한번 뜨는 거다. 그런데 김연아가 올해 세계선수권 대회의 유일한 승자였던 건 아니다. 김연아의 여왕 등극 다음으로 감동적이었던 건 일본선수 안도 미키의 부활이다. 그녀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예상 밖의 호연으로 아사다 마오를 밀어내고 김연아와 조아니 로셰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트리플 러츠-더블 룹과 더블 악셀과 트리플 토룹-트리플 살코를 완벽하게 성공했다는데, 신사동 가로수길 케이크 전문점의 마카롱 이름 같은 피겨의 기술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녀의 부활이 이상할 정도로 짠하다는 거다. 일본에서 안도 미키는 언제나 구박받는 2인자였다. 월드 챔피언이 되고도 아사다 마오처럼 사랑받지 못했다. 안도 미키는 마오처럼 귀엽지 않다. 그녀의 연기 역시 마오처럼 세심하고 소녀적이지 않다. 국민의 사랑을 온통 아사다 마오에게 뺏기고 지독한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안도 미키는 꾹 참고 얼음을 지쳤다. 지치고 지쳤다. 그리고 복귀 무대에서 아사다 마오를 뛰어넘어 3위를 차지했다. 안도 미키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과 나 자신의 열정을 버릴 수 없어 돌아왔다.” 이런 게 바로 스포츠지!

글. 김도훈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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