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상당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시즌을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What the f**k!!!!” 이것이 마지막회를 지켜본 솔직한 심정이다. 아니 도대체 제니(미아 커쉬너)는 누가 죽였냐고! 시리즈 마지막인 시즌 6는 고전 영화 <선셋대로>처럼 주요 캐릭터인 제니가 수영장에 빠져 죽은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했다. 8편으로 짧아진 이번 시즌의 에피소드는 제니가 그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말하자면 “누가 제니를 죽였나”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다. 시즌 6는 지금까지 제니가 해 온 황당하고, 때로는 욕할 수 밖에 없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다시 제니와 커플이 된 셰인(캐서린 모에닉)과 티나(로렐 홀로먼), 벳(제니퍼 빌즈), 앨리스(레이샤 헤일리), 헬레나(레이첼 셸리)까지 대부분의 등장인물에게 제니를 죽이고 싶어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워낙 제니를 싫어하긴 했으나,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잘못을 그녀가 저지른 것으로 몰아 붙이는 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대체 제니를 누가 죽였나고!

제니는 셰인을 독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영화 <레즈 걸>의 최종 편집본을 훔쳐 영화사에서 티나를 해고 하도록 했고, 벳이 외도한다고 믿고 티나에게 이실직고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벳의 친구들에게 외도에 대해 소문을 내고, 앨리스의 아이디어를 훔쳐 스튜디오에 자신의 것인 양 새 각본을 팔았고, 헬레나와 딜런의 사이를 가망 없이 갈라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즌 내내 혐의자를 늘어 놓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지만, 결말은 *‘클리프행어’로 끝냈다는 것이다. 제니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경찰서로 수사를 받으러 가는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야릇한 미소를 짓고,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의 팬이라면, 이 시리즈의 미덕이 정교한 대본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니란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듯 황당한 피날레가 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기사처럼, 수년이 지난 후 를 떠올린다면 누가 마지막 에피소드를 기억하겠나.

여기에 애석한 결말을 위로라도 하듯 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준비 중인데, 제작자에 따르면 제니를 살해한 혐의로 앨리스가 유죄판결을 받아 여성 감옥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앨리스가 진짜로 제니를 죽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팜> (The Farm)으로 알려진 이 스핀오프 시리즈는 이 감옥을 배경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말 촬영을 시작한 이 시리즈에는 앨리스 역의 레이샤 헤일리 외에도 팸크 잰슨, 멜리사 리오, 로리 멧캘프 등이 출연한다.

그래도 스핀오프에 충성하겠습니다

멜로드라마에 충실했던 이 시리즈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제작자들이 “정치적인 성향을 배제하고, 멜로드라마로만 충실하고자 했다”지만, 실제로는 어디 그런가. 는 미국에서도 최초의 레즈비언 주연 시리즈다. 은근슬쩍 레즈비언 일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만 풍기는 애매모호한 캐릭터도 아니고, <퀴어 애즈 포크>처럼 게이의 들러리를 서는 주변 인물도 아닌 레즈비언들이 중심에 놓인 첫 시리즈였다. 아무리 제작 동기가 정치적인 성향을 배제했다지만, 는 레즈비언 캐릭터의 연애 외에도 동성 결혼 합법화나 동성 커플의 입양문제, 클린턴 정권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군 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정책, 트랜스섹슈얼, 바이섹슈얼, 성적 학대, 알코올 중독 등 중요한 이슈를 단편적이나마 거론해왔다.

이제 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정이 끝났다. 개운하지는 않지만, <더 팜>의 범상치 않은 캐스팅을 믿고 한번 더 속아줄 준비는 되었다. HBO의 <오즈>까지는 못 가더라도, 1970년대 여성 감옥을 배경으로 한 포르노는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아멘.

* 클리프행어는 말 그대로 서스펜스가 연속되는 끝맺음을 뜻한다. 대체로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사용해 시청자들을 조마조마하게 하면서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런 클리프행어를 시리즈 결말에 썼기 때문에, 팬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각종 웹사이트에 달린 리플을 읽어보면, 의 결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끼리 범인을 찾자”는 식의 추리를 해 나가는 팬들도 많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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