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번째 시즌을 마친 TNT의 <레버리지> (Leverage)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TV 시리즈 < A 특공대>, 그리고 로빈 후드를 적당히 섞어 놓은 것 같다. “범죄자들을 벌하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인데, <레버리지>는 에피소드 마다 바뀌는 새로운 사건 보다 개성 넘치는 고정 캐릭터들의 상호 작용이 더 재미있다. 주인공 네이선 포드 (티모시 허튼)는 보험회사의 전문 수사원이었으나 어느 날 한 기업가의 제안으로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는 경쟁사에서 자신의 리서치 내용을 훔쳐갔으니, 그것을 다시 회수해 달라는 의뢰를 하며 “본래 내 것이었으니, 엄격히 말하면 이건 도둑질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원래 도둑을 잡아오던 네이선은 이렇게 범죄자들과 한 배를 타게 된다.

정의로운 범죄자들의 길드

이 중에는 사기와 미술품 절도가 전문인 소피 (지나 벨맨), 각종 무술에 능한 엘리엇 (크리스찬 케인), 체조선수 같은 유연함을 겸비한 소매치기, 폭발물 전문 파커 (베스 리즈그래프), 컴퓨터 전문가이자 해커인 알렉 (알디스 하지) 등이 있다. 각자 개인 플레이에 익숙한 터라 네이선의 지휘를 받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지만, 거액의 보수가 걸려있기에 회수 작업에 착수한다. 문제는 의뢰인이 리서치 내용이 자신의 것이라고 속인 것은 물론, 정보를 입수한 후 네이선을 비롯한 팀원들을 모두 살해하려 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이들은 이 때부터 의뢰인을 비롯해 권력과 돈만 믿고 방자하게 날뛰는 이들을 단죄한다. 회사 명을 ‘레버리지’로 지은 까닭은 권력자나 범죄조직, 대기업 등에게 희생 당하고, 피해를 입은 약자를 위해 싸우는 자신들의 역할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네이선은 미술품 도난 사건을 수사해 다시 찾아오는 보험회사의 전문 수사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몸바쳐 일했던 회사에서 병에 걸린 아들에게 실험 단계지만 치료 가능성이 높은 약을 투여하는데 보험료 지급을 거절 당한다. 결국 아들은 죽고, 보험회사에 복수할 날만을 꿈꾸는 네이선은 점점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간다. 바로 이 때 ‘레버리지’를 만들게 되고, 네이선은 자신과 동료를 죽이려 한 첫 의뢰인을 상대로 엄청난 복수에 성공한다. 3200만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었지만, 네이선은 이 돈의 대부분을 소아과 전문 병원에 기부한다. 남은 돈으로 ‘레버리지’라는 사무실을 마련한 네이선은 소피와 엘리엇, 파커, 알렉에게 계속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의뢰한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동료애를 넘어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TNT 채널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

과거 연기에 젬병인 배우였던 소피는 사기를 칠 때는 아무도 따라하기 힘든 끼가 넘쳐 흐른다. 그녀는 네이선과는 오랫동안 알았기 때문에 팀 멤버 중 가장 가깝고, 그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총을 싫어해서, 늘 맨손으로 싸우는 엘리엇은 보디가드 여러 명을 단숨에 쓰러트릴 정도로 무술과 무기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 부모의 학대에 견디지 못해 집을 폭파시켰다는 파커는 아동 학대를 보면 참지 못한다. 거의 천재에 가까운 알렉 역시 부모 없이 위탁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알렉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양부모를 만나 비교적 안정적인 어린시절을 보냈고, 특히 양부모가 여호아의 증인이어서 반강제적으로 선교활동을 다녔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라도 ‘말발’ 하나 만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는 ‘레버리지’ 사무실을 자신의 집처럼 아끼고, 멤버들과도 무척 가까워지지만 특히 파커를 잘 이해하고 걱정한다.

총 13편의 에피소드로 첫 시즌을 마친 <레버리지>는 TNT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 (560만명 시청)을 올렸다. 이 시리즈의 제작과 일부 에피소드의 연출까지 담당한 사람은 <인디펜던스 데이>와 <고질라> 등을 선보였던 딘 데블린이다. 따라서 <레버리지>에서 고차원적인 스토리 라인이나 정교한 대사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러나 중심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은 이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해졌다. 특히 영국에서 활동하던 소피 역의 벨맨은 첫 미국 시리즈에서 자신의 독특한 매력을 잃지 않고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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